'1개월후 재공시' 주가 왜곡 소지

중앙일보

입력

진행사항을 1개월후 재공시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반복적인 재공시가 악용당하거나 주가를 왜곡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13일 코스닥시장에 따르면 작년 부도가 발생한 한국디지탈은 최근 '현재 진행중인 법정관리 신청건은 자금사정 등의 이유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그러나 이 공시는 처음 나온 내용이 아니라 1월6일,2월6일,3월6일,4월6일 등 지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나왔던 이전의 공시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지난 4월6일부터 한국디지탈 주식은 상한가 행진을 지속해 그날 230원에서 지난 11일 현재 1천200원으로 주가가 4배이상 뛰었다.

부도이후 영업활동이 정지된데다 정상 근무하는 직원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기업의 주가가 터무니없는 폭등세를 타고 있고 여기에는 반복되는 법정관리 신청 추진 공시를 노리는 세력이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업협회 김경배 주가감리실장은 "투기세력들이 공시가 반복되는 시기를 노려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매, 주가가 이상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에는 등록기업은 자사와 관련된 증시 소문이 나돌면 시장운영자는 이와 관련 사실여부를 공시를 통해 밝히고 진전된 사항을 1개월후 다시 공시하도록 돼있다.

앞선 경우처럼 재공시 규정이 악용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주가를 왜곡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소문이 무성해지고 있는 M&A(기업인수.합병) 사안들은 설령 M&A 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성사로 연결되기 힘든데다 성사 여부까지 기간도 오래 걸려 도중에 몇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의 공시들이 한달에 한번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M&A 추진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가는 영향을 받기 때문에 '특별히 변동된 내용이없는' 진행사항이 한달마다 재공시되는 일은 공시될때마다 주가를 왜곡할 여지가 크다.

결국 M&A 시도가 무산될 경우 주가는 부정적인 후유증을 보이게 되고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작년 11월부터 매월 M&A 관련 공시가 나왔다가 지난 3월 결국 무산된 L사, 3개월에 걸쳐 M&A와 관련한 검토중-실사중-인수포기 등의 공시로 이어진 D사 등이 사례로 꼽힐 수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M&A 같은 미묘한 사안들이 중도에 소문이 돌면 자세한 내용을 담지 못하는 공시가 반복되고 투자자들은 한달에 한번씩 M&A 관련 공시를 접할때마다 지나치게 앞서 판단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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