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비대칭 규제' 방침에 통신업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 장관의 통신시장 비대칭 규제 강화 방침이 국내 통신업계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별 규제를 의미하는 비대칭 규제를 통해 손해를 보게되는 지배적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반면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 등 후발 통신사업자들은 "적극 환영한다"며 반기는 입장이다.

심지어 공기업인 한통도 이번 정통부 방침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한통의 관계자는 "한통은 지난 90년 국제전화의 경쟁체제를 도입한 이후 여러가지 비대칭 규제를 받아왔다"면서 "비대칭 규제는 신규사업자의 초기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의미가 있지만 10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 장관의 통신시장 3자구도 개편 방침과 관련 "시장에서 사업자들이 경쟁한 결과에 따라 3개가 되든 5개가 되든 해야지, 인위적인 3자구도 개편은 무리가 따른다"면서 "만일 정부가 거명한 세번째 사업자가 망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출연금 삭감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보조가 되기 때문에 WTO(국제무역기구) 체계에 위반되고 국제기구나 외국의 장비업체들로부터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전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29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중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가 20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이동전화 시장은 경쟁이 활성돼 있다"면서 "비대칭 규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도 최근 흑자로 전환될 정도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SK텔레콤에는 이미 어느 국가보다 강한 비대칭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SK텔레콤에 대한 비대칭 규제는 시장경쟁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분야에서 후발 사업자인 LG텔레콤과 KT프리텔은 비대칭 규제의필요성을 강조하며 "정통부의 방침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LG텔레콤은 "통신시장에 경쟁이 도입된 것은 독점적 사업영위를 통한 규모의 경제, 중복 과잉투자 방지 등의 이익보다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인한 시장활성화, 기술혁신 가속화, 이용자 편익증진 등의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면서 비대칭 규제를당위성을 강조했다.

KT프리텔의 경우 모회사인 한통이 비대칭 규제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유선은 언급할 위치가 아니지만 무선에서는 비대칭 규제는 독과점의 폐해를 막아 전반적으로 IT산업 활성화 등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