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팬들, 시내버스에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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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팬들이 서울 북가좌동과 면목동을 오가는 205번 등 일부 시내버스에 광고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태지마니아의 오랜 기다림은 믿음이 됩니다'라고 돼 있는 이 광고는 서태지의 팬클럽 회원인 '울트라 마니아'가 지난달 6일 미국으로 떠난 서태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이 버스광고를 낸 곳은 지난해 9월 결성된 '서태지 관련 자진행사 추진위원회'(이하 서자회) .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서태지에게 선물할 것을 찾다가 광고 형식을 빌어 팬들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는 것.

팬클럽 회원들이 1천-2천원씩 낸 돈 300여만원으로 광고비를 마련했다. 버스 한대당 한 달 광고비가 30만원 정도여서 현재 버스 8대에 광고를 내고 있다.

서자회의 김성민(가명.22) 씨는 "광고비용을 걷고 난 뒤 일부 팬들이 일반 시민과 안티팬들의 눈을 의식해 반대의견을 내놓는 등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광고를 낸 뒤 문구가 예쁘고 좋다는 의견이 많아 당초 우려를 씻고 추가 광고를 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월에는 'god 서울 콘서트 비상대책 모임'(대표 이선경.26) 이 한겨레신문에 「그룹 god 서울 콘서트를 위한 공개 제안서」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게재했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애경(국문학박사) 씨는 "대중음악 팬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인 표현방식이랄 수 있는 광고를 이용한 것은 팬클럽이 스타 종속적인데서 벗어나 자율성을 확보했고, 문화적 공동체로서도 좀더 조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과거 팬클럽이 보여 온 퇴행적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고급수용자(마니아) 와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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