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일본야구의 외국인 바람

중앙일보

입력

요즘 일본 매스컴은 이치로와 사사키같은 일본인 메이저리거의 활약에 크게 고무돼있는 모습이다. 연일 계속되는 이들의 활약을 보며 일본인들은 이제 일본야구가 미국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고, 나아가 이젠 더이상 일본야구가 세계야구의 변방이 아니라는 뿌듯한 감정까지 느낄 것이다.

물론 이들의 활약으로 일본야구의 위상이 한단계 높아진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야구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일본인들이 언제까지나 이런 환상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의 성공에 도취해 있는 사이, 정작 일본 자국내 프로야구는 외국인선수들에 의한 '점령'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절대지존이던 이치로가 떠난 퍼시픽리그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올해, 일본야구에서 외국인 파워를 주도하고 있는 선수로는 단연 세이부의 알렉스 카브렐라를 꼽을수 있다. 5월 7일까지 그가 올린 성적을 보면 홈런 19개(1위), 타점 45점(1위), 타율 .352(4위), 장타율 .782(1위)로 가히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10일 경기에서도 카브렐라는 홈런 2개와 5타점을 추가했다.)
10일 홈런으로 역대 최소경기(37경기)만에 20홈런을 돌파한 카브렐라는 올해 한시즌 최다 홈런기록(왕정치의 55홈런) 경신과 오치아이,바스 이후 15년만의 타격 3관왕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며 올시즌 퍼시픽리그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비록 카브렐라의 맹활약에 다소 가려있는 느낌이지만 다이에의 신외국인선수 페드로 발데스역시 올시즌 발군의 활약으로 일본야구를 정복해나가고 있다. 지난주까지 발데스는 타율 .364(2위), 안타 50개(2위), 볼넷 25개(3위)를 기록하며 다이에 선두질주의 확실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카브렐라의 팀동료 멕클레인을 (홈런 11개)을 비롯 긴데쓰의 로즈(홈런 12개), 오릭스의 아리아스(홈런 10개), 롯데의 메이와 볼릭 등, 외국인 거포들이 퍼시픽 타격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투수 쪽에서도 (특히 구원부문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먼저 올해 일본야구에 입성한 구대성은 첫해부터 오릭스의 뒷문을 책임지며 이치로가 떠난 오릭스를 현재 2위까지 끌어올리는 할약을 보여주고 있다. 다이에의 마무리 페드라자역시 올해도 지난 2년과 변함없이 다이에 철벽불펜의 중심축으로서 리그 구원 1위를 순항하고 있다.

이외에도 니혼햄의 마무리 미라발(구원 3위), 다이에의 라지오(4승 무패), 롯데의 민치(4승 4패)같은 투수들또한 일본무대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런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파묻혀 정작 구로키, 마쓰자카, 나카무라, 오가사와라, 마쓰이같은 퍼시픽의 일본인 스타들의 활약도는 상대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퍼시픽만큼은 아니지만 센트럴역시 외국세가 만만치 않다. 비록 퍼시픽처럼 돋보이는 新외국인선수들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페타지니(야쿠르트), 로페스(히로시마), 게일러드(주니치)와 같이 기존의 검증받은 선수들의 기세는 여전히 거세다.

이렇듯 사사키와 이치로의 활약으로 일본야구는 한껏 꿈에 부풀어 있지만 그러는 사이 정작 자기네 안방은 외국인 선수들의 차지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도 이시이와 마쓰이같은 유명선수들은 여전히 메이저만 갈망하고 있으니 대체 일본야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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