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총리 “보복 카드 최대한 준비” … 한국엔 큰 영향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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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오른쪽 둘째)가 21일 총리 관저에서 겐바 고이치로 외상(왼쪽 둘째) 등이 참석한 독도 관계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지통신]

“보복 카드를 가능한 한 많이 준비하라. 다만 행동은 한국의 대응을 보아가며 하자.”

 21일 오전 일본 총리 관저에서 열린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영토문제 관련 각료회의’에서 모아진 일본의 대응 수칙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직접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 등 주요 각료 8명이 참석했다. 외교·경제·인적 교류 등에 대한 광범위한 대항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담당 장관인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국토교통상을 참석시켰다.

 각 부처가 마련해 온 ‘보복 카드’를 집중 검토한 노다 총리는 이날 보복책을 확정해 발표하지는 않았다. 대신 세 가지 방침을 각료들에게 지시했다.

 첫째는 “국제법에 근거한 분쟁해결안을 철저히 준비하고, 일본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더 강력히 알려라”다. 이에 따라 일본은 독도에 대해 지난주 구두로 밝혔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제안을 행동으로 옮겼다. 일 정부는 이날 오후 제안서를 정식 외교서한 형태로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1965년 한일협정의 교환공문에 의거한 ‘제3자 조정’을 제안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물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독도가 우리 영토이므로 ICJ로 가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일본은 이의 후속조치로 ICJ에 단독제소를 준비 중이다. 단독제소에는 서류준비 등에만 대략 2~3개월이 걸린다. 이 또한 한국이 거부하면 재판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케시마가 분쟁지역이라는 걸 국제사회에 널리 인식시킬 천재일우의 기회”(외무성 당국자)라고 보고 있는 일 정부는 가급적 독도문제를 ‘중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셈이다.

 둘째는 “영토문제에 대응하는 정부 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독도 각료회의’가 정례화될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마지막이 ‘추가 보복 조치 검토’다. 일 정부는 이날 장·차관 등 각료급 접촉을 무기한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경제장관회의에서 한·일 간 양자회담을 취소했다. 또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과학기술담당 각료회담도 무기 연기됐다. 일단 ‘대항조치’급 카드로 대응하다 한국의 반발이 거세지면 ‘보복조치’로 수위를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보복 조치는 이미 알려진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의 중단 또는 규모 축소 ▶한국 국채 매입 계획 철회와 더불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무기한 연기 ▶액화천연가스(LNG) 공동조달 추진 철회 ▶유네스코가 세계적으로 귀중한 지형이나 지질을 갖는 자연공원임을 인정하는 ‘세계 지질공원’에 ‘다케시마’ 등재 추진 등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선 “보복이 능사는 아니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와 마쓰시타 다다히로(松下忠洋) 금융상은 이날 “양국 정부가 냉정하고 침착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일 정부의 강경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선 한국의 경제·금융 안정은 일본의 안정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다. 게다가 한·일 FTA나 LNG공동구매 또한 일본이 더 절박한 상황이다. 일본의 경제력 저하는 ‘보복 카드의 빈곤’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첫 보복 논의를 했다는 게 이날 회의의 의미라면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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