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사이버 자연사 박물관 준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남저수지와 우포늪, 낙동강과 지리산 등을 묶어 조금만 투자하고 전문가를 키우면 경남을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 수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경남도 공무원 최종수(崔鍾守.37.공보관실)씨는 자신이 공무원이면서도 환경행정 부문에는 누구보다 할 말이 많고 기대도 많다.

그는 휴일이면 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철새 지킴이, 자신이 구축한주남저수지 홈페이지에선 어린이들의 환경교사 노릇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주남저수지 소개책자 발간과 ''사이버 자연사 박물관'' 개관 준비에 정신이 없다.

지난 99년 10월 최씨가 개통한 주남저수지 홈페이지는 벌써 6만여명이 접속했으며 초등학생들이 게시판에 들어와 ''철새들은 방향을 어떻게 아나요'' 등 까다로운 질문을 남기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가며 일일이 답변을 해준다.

이 홈페이지는 주남저수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철새와 곤충, 야생화 등을 컬러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을뿐만아니라 540만㎡의 주남저수지를 7곳으로 나눠 지역별로 탐조포인트까지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그는 주말마다 사진기를 메고 주남저수지에 붙어 살면서 확보한 귀중한 사진자료들을 최근 창원시 홈페이지에도 제공해 사용토록 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최씨가 주남저수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전공과도 연관이 있었지만 지난 92년 주남저수지를 관할하는 당시 창원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처음엔 열심히 곤충채집을 했으나 곤충을 죽이고 파괴해야하는데 회의를 느끼고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사진을 택하게 됐고 주남저수지 철새들을 주제로 엽서를 제작하기도 했다.

"주남저수지에는 많게는 연간 100여종의 각종 새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가까운지점에서 새들을 관찰하기에는 국내에 이만한 조건을 갖춘 곳이 없다"며 "주남을 제대로만 활용하면 함평의 나비축제나 무주의 반딧불이 축제에 버금가는 관광상품으로개발할 수 있다"고 최씨는 자신한다.

그는 현재 주남저수지 홈페이지로 만족하지 않고 낙동강과 지리산, 마산 봉암갯벌에다 순천만의 자연생태까지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오는 10월께 개통할 예정이다.

또 주남저수지의 텃새와 나그네새, 곤충과 식물, 천연기념물,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보여줄 단행본 발간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사진과 생태계 보전문제에 푹 빠진 이 공무원의 더 큰 목표는 자신의 손으로 한국의 자연을 외국인들한테도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사이버 자연사 박물관'' 문을 여는 것. 서울에는 일부 대학내에 자연사 박물관이 있지만 특히 지방에는 제대로 된 자연사 박물관이 없는 점을 아쉬워 해온 최씨는 사이버상에서라도 박물관을 꾸며 보겠다는 큰 꿈을 갖고 산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에게는 종종 다친 야생조수 치료와 보호를 요청해오기도 하며 최근에도 황조롱이 6마리를 넘겨받아 키우기도 했다.

"그동안 자료로 찍은 필름을 연결하면 주남저수지를 한바퀴 돌 수 있을 정도"라는 최씨는 "고급 승용차 몇 대를 살 돈을 투자하면서도 아직 자가용 없이 산과 늪지어디든 다니고 있으며 퇴직후에는 주남저수지 안내 봉사원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정학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