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무실점 · 무결점 4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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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위기관리능력은 역시 대단했다.

10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한 박찬호(28 · LA 다저스)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뛰어난 피칭으로 시즌 4승(3패)을 낚았다. 경기는 다저스의 3-2 승리.

3안타 · 4사사구(2볼넷 · 2몸맞는공)를 산발로 처리했으며, 삼진은 8개를 잡아냈다. 방어율도 3.55에서 3.08로 대폭 끌어내렸다.

직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경기였다.

박선수는 시속 155km의 강속구가 바깥쪽 낮은 공으로 시원스럽게 꽂혔던 3회까지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그러나 직구의 제구력이 흔들리기 시작한 4회부터는 고전했다.

두번의 큰 고비가 있었다.

4회초 첫타자인 에릭 오웬스에게 볼넷을 허용한 박선수는 '천적' 클리프 플로이드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다음,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프레스턴 윌슨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박선수는 마이크 로웰을 공으로 맞혀 1 · 2루를 허용했지만 찰스 존슨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6회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2루타와 몸맞는공으로 허용한 무사 1 · 2루의 위기에서 박선수는 말린스의 중심타선을 상대했다. 전력투구로 윌슨과 로웰을 삼진으로 잡아낸 박선수는 찰스 존슨에게 던진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며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2루주자 오웬스는 홈에서 아웃됐다.

'도우미' 좌익수 개리 셰필드와 채드 크루터는 타석에서는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정확한 송구와 몸을 사리지 않은 블로킹으로 동점을 저지했다.

7회초 박선수는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101개로 더 던질 수 있었지만, 코칭스태프는 박찬호의 허리를 걱정해주는 눈치였다.

시즌 초반 지나치게 변화구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선수는 4월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부터 자신의 최대무기인 직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훨씬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리스전 이후 박찬호의 방어율은 1.35에 불과하다.

박찬호는 '천적'으로 꼽히는 플로이드 · 케빈 밀라와의 승부에서도 5타수 무안타(1볼넷)로 완승했다.

다저스의 공격력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3회말 에릭 캐로스의 적시타와 7회말 마크 그루질라넥의 2점 홈런으로 3점을 얻긴 했지만, 1회 2사 만루 · 2회 무사 1루 · 4회 2사 2 · 3루의 득점기회를 모두 놓쳤다. 5회말에는 그라운드홈런을 노리던 션 그린이 홈에서 횡사했다.

박찬호와 '닮은꼴'로 주목을 받았던 말린스의 선발 라이언 뎀스터는 컨트롤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7이닝 3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다저스는 8회초 구원투수 마이크 패터스가 플로이드에게 2점홈런을 허용하며 1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제프 쇼가 9회를 무사히 막아냈다. 쇼는 11세이브째를 올렸다.

박찬호는 오는 16일 오전 8시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 연승행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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