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이란] 3. 에너지 대국의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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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큰 나라다. 국토 면적 1백65만평방㎞로 한반도의 7.5배다. 인구도 6천5백만명이나 된다.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그중에서도 에너지자원 대국(大國)이다. 석유 매장량 세계 5위, 천연가스는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최근 카스피해에서 해저유전이 발견돼 이란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란은 1999년 이후 고유가(高油價) 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전체 외화 수입의 7~8할, 정부 세입의 절반을 석유에서 얻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석유 의존은 이란 경제의 어두운 면이다. 지난해 수출 2백17억달러 중 비(非)석유 수출은 31억달러에 불과했다. 매일 25만~30만배럴씩 생산하는데 이를 연간(年間)으로 계산하면 매년 6% 이상 매장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10년 후 석유가 고갈된다는 계산이다. 이란 정부는 탈(脫)석유 산업화를 추진 중이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란 경제는 비교적 양호하다. 지난해 5%의 경제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건설사업 발주, 외국기업 진출 등으로 해외자본 유입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연간 15%의 인플레와 12~16%의 높은 실업률이 고민거리다.

특히 젊은 층의 실업은 사회문제를 낳고 있으며,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두뇌유출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만도 22만명의 고급 인력이 이란을 떠났다.

국민의 경제에 대한 불만은 성장의 과실이 일반 서민에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란에선 정치뿐 아니라 경제도 이슬람 성직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1백개에 달하는 종교재단 분야드가 국가경제를 좌우한다.

개중엔 자산이 1백억달러나 되는 것도 있으며, 대규모 농장.청량음료회사.대학을 소유한 것도 있다. 그런데도 분야드는 종교재단이라는 이유로 세금 한푼 내지 않는다.

한 이란 경제학자는 "이란에서 현대적 기업의 9할은 분야드가 통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사업가 중엔 사업 근거지를 국외로 옮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걸프지역 정보기술(IT)의 중심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는 이란인 20여만명이 살고 있다. 주로 컴퓨터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갖가지 규제가 싫어 이란을 떠난 사람들이다.

이들이 취급하는 컴퓨터의 6할은 이란으로 팔려간다.

한 이란인 사업가는 "이란에선 비즈니스에 대한 정치의 간섭이 극심하다. 이란에서 한달 걸릴 거래가 두바이에선 30분이면 끝난다" 고 털어놓는다.

이란은 최근 46년 묵은 외국인 투자유치법 개정에 들어갔으며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다.

한국과 이란의 관계는 긴밀하다. 이란은 한국의 3대 석유 공급국이며, 중동지역 최대 수출시장이다. 테헤란 시내 자동차 1백50만대 중 25만대가 이란에서 조립 생산된 한국차다. 자동차 회사 SAIPA는 기아 프라이드를 연간 8만대씩 생산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서울~테헤란 항공노선도 열렸다.

이상철(李相哲) 주(駐)이란대사는 "이란은 한국을 가장 적합한 산업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오일 달러 외엔 내세울 것이 없는 단순한 산유국이 아니며,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현대 이슬람문명을 주도하는 중심국가로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나라" 라고 강조했다.

테헤란=정우량 편집위원 chuw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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