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레거시' 출연 한인 배우 제니퍼 김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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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더운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 치밀한 두뇌게임과 격렬한 액션이 뒤섞인 이 블록버스터 대작을 보다보면 반가운 장면이 나온다. 바로 서울 강남역의 풍경과 한인 배우 제니퍼 김(사진)의 모습이다.

그녀는 주인공과 함께 비밀 조직 아웃컴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요원으로 깜짝 등장해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쇼퍼홀릭의 고백' '케빈에 대한 모든 것'등의 영화에서 관객과 만났고 '레스큐 미' '굿 와이프' 등의 TV쇼에도 잠깐씩 출연한 바 있다. 아직은 낯선 얼굴에 출연작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제니퍼 김은 작은 규모의 독립 영화들을 위주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며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한 것은 처음인데 감독이 정말 따뜻하고 친절해서 재미있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한국은 가족과 두어번 방문해 본 적이 있지만 가서 영화를 찍게 되니 더 새롭고 신기했죠. 한국에서 로케이션 한 첫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에 출연했다는 것도 아주 보람있었어요."

LA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어려서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크고 작은 연극 무대는 그녀의 놀이터였다. 물론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교사나 의사가 되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꿈을 키웠던 것은 대학에 입학할 무렵이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연기도 그 중 하나였죠. 제 독창성을 살려 배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NYU에서 연기를 전공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런던 로얄 아카데미에서도 연기 공부를 했어요."

딸의 과감한 선택에 부모님도 적잖이 놀랐지만 곧 그녀를 응원해줬다. 언제나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독립성을 키워 준 분들이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제니퍼 김의 아버지는 전 중앙은행 이사장으로 현재 BBCN 은행의 이사인 김영석 회장이다. 그래서 쉽지만은 않은 연기의 길도 굳건히 걸을 수가 있었다.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로 살아가는 데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일테니까요."

제니퍼 김은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저예산 영화와 광고 촬영을 위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언젠가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연극 무대로 돌아가고픈 마음도 간절하다.

"셰익스피어 공부를 많이 해서인지 연극 무대가 항상 그리워요. 하지만 한인 인디 영화 연출가인 김소영 감독의 작품에도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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