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환자도 불편 덜어야 … 틈새 의료기기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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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불편 중 하나가 자신의 피부에 거의 매일 주삿바늘을 꽂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편에서 일찌감치 상업화 가능성을 감지한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은 1976년 오토시린게스를 세워 인슐린 펌프를 출시했다. 주삿바늘을 피부에 꽂아놓은 상태에서 외부의 인슐린 펌프와 연결해 체내로 적절한 인슐린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혈당을 별도로 체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인슐린 펌프와 혈당 측정계가 블루투스 무선기술을 통해 환자의 혈당 자료를 공유해 정확한 양의 1회분 인슐린을 주사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몸 속에 이식하는 의료기기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해야만 의료기기를 이식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식형 의료기기는 환자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노력으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미국 미네아폴리스에 본사를 둔 메드트로닉이 최근 출시한 인공심장박동기(사진 왼쪽)가 한 예다. 인공심장박동기는 심장이 느리게 뛰는 부정맥 환자에게 미세한 전류로 심장을 자극해 정상 심박수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의료기기다. 하지만 강한 전자파나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면 기기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강한 자기장을 이용하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장치는 인공심장박동기 이식환자에겐 시행할 수 없다. 이식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라 MRI 검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불편이다.

인공심장박동기를 이식한 환자의 약 50~75%가 이식 후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MRI 검진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메드트로닉 코리아가 출시한 인공심장박동기는 MRI 검진을 받을 수 있게 개발한 제품이다. 기기 외부에 폴리우레탄 재질을 사용하고 내부는 자석에 반응하는 물질을 최소화해 MRI의 자기장을 쐬어도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호주 코클리어사의 인공와우(사진 오른쪽)도 환자의 불편을 없애려는 고민 끝에 나온 제품이다. 인공와우는 보청기를 끼고도 소리를 듣는 것이 어려운 난청환자를 위한 의료기기다. 인공 달팽이관으로도 불리며 전기 충격을 통해 청각 신경을 자극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그러나 전화를 받을 때의 소리는 일반 소리와 달라 인공와우를 삽입한 귀에 수화기를 갖다 대면 스피커에서 ‘삐-’ 하는 소리가 나 깜짝 놀라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기존 인공와우를 이식한 환자의 경우 전화가 울리면 환자가 직접 리모컨으로 전화기에서 발생하는 자기장 신호를 소리 신호로 바꿔주는 텔레코일 기능을 수동으로 선택해야 한다. 코클리어의 인공와우는 전화를 받을 때 수화기에서 전자기장 신호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텔레코일 기능을 작동시킨다.

 중증 부정맥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돌연사 위험이 높아 간혹 심장제세동기를 이식하게 된다. 심장이 갑자기 멈추면 이를 인지해 10~20초 뒤에 전기쇼크를 자동으로 걸어주는 장치다. 바이오트로닉이 개발한 이식형 심장제세동기는 일반적인 제세동기 기능 이외에 자신의 의사에게 심장박동 정보를 무선으로 보내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재 유럽 병원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됐지만 국내에선 원격 진료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이식할 수 없다.

 김인수 체외진단기업협회장은 “이식형 의료기기 산업은 앞으로 나노캡슐과 나노로봇 등을 이용해 발전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며 “국내에도 앞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만 약사법과 의료기기법, 의료법 등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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