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짐 보든이 생각한 배리 라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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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신시내티 레즈의 짐 보든 단장은 지역언론을 통해서 팬들에게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작년 팀내에서 10승을 거둔 4명의 투수 중 스티브 패리시와 론 빌론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로 보냈으며, 전천후 내야수이면서 타격에서도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크리스 스타인스도 보스턴 레드삭스로 보냈다. 그들을 주면서 받은 유망주들이 1, 2년 내에 기대할만한 성적을 올릴 선수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졌기 때문이다.

LA 다저스와는 달리 신시내티는 5천만달러 이상의 팀연봉을 감당하지 못하는 팀이다. 팬들은 신시내티의 사정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시장가격에 훨씬 못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는 켄 그리피 주니어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가 받는 1300만불의 연봉은 다른 팀이면 몰라도 신시내티에게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2520만불 못지 않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짐 보든은 여기에서 또 하나의 강수를 던졌다. 바로 배리 라킨과 3년간 2700만불이란 거액에 재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그리피가 1300만불을 받는 팀에서 라킨이 900만불을 받는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사실 작년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LA 다저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등이 손길을 뻗쳤다고는 해도, 37세의 유격수에게는 틀림없이 지나친 연봉이었다. 3년간의 계약기간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보든은 라킨을 붙잡아두기로 했다. 강팀에서 뛰고 싶은 욕망을 참은 대가로 보기에는 너무 컸지만, 보든의 생각은 달랐다. 그리피가 없었던 99년도의 성적이 그리피가 뛰었던 작년의 성적이 가지는 차이점을 분석한 보든은 그 원인을 라킨으로 보았던 것이다. 라킨이 161경기를 소화해주었던 99시즌에 신시내티는 96승을 올린 반면에 잔부상으로 겨우 102경기를 소화했던 작년에는 85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과연 보든이 생각한 라킨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신시내티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이면서 클럽하우스의 리더다. 그는 사회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사람에게 주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93년에 수상했을 정도로 인성적으로도 뛰어난 선수다. 개인적인 능력도 뛰어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포함한 큰 경기 경험도 많았으며, 오직 신시내티에서만 선수생활을 했던 라킨은 메이저리그에서 찾기 힘든 진정한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이며, 클럽하우스 리더감이다.

올시즌 초반 신시내티는 지구꼴지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지구 2위를 달렸었다. 신시내티의 초반 질주에 있어서 .333의 고타율과 .458의 출루율로 최고의 1번타자로서 맹활약중인 라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가 5월 3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부상당한 이후 신시내티는 4연패를 기록하면서 지구 2위에서 내려왔다.

보든이 생각하는 라킨의 존재와 신시내티 성적의 함수관계는 과연 맞아떨어질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오직 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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