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 새 CEO 블랜드 "빚 많아 사옥도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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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줄이고 관료주의 풍토를 없애기 위해 본사 건물을 팔기로 했다. 본부에 근무하던 5백명의 간부들은 영업부서로 전진 배치하겠다. "

지난 1일 영국 런던 뉴게이트 거리에 위치한 브리티시텔레콤(BT)본사는 발칵 뒤집혔다. 1984년 민영화 이후 BT의 상징과도 같았던 본사 사옥을 매각한다는 폭탄선언이 크리스토퍼 블랜드(64.사진)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현직 BBC회장으로 BT를 맡은 그에게 떨어진 명령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BT는 민영화 이후에도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현재 영국에서만 2천9백만 회선의 유선전화와 1천1백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착수한 무리한 사업확장전략이 화근이 됐다. 특히 유럽 각국에서 3세대 이동통신 면허를 따내기 위해 거액의 출연금을 내고, 외국 통신회사들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4백30억달러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된 것이다.

주가도 덩달아 하락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BT의 주가는 7일 현재 지난해 연중 최고치인 2백41달러(1월 3일)에 비해 65%나 떨어진 84달러선이다. 전임 회장 이앤 밸런스(57)가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다.

블랜드 회장은 부채경감과 투자자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사옥 매각 결정 외에 일본텔레콤과 J-폰의 지분 20%를 자국의 경쟁사인 보다폰에 매각, 30억파운드(5조7천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스페인의 에어텔(17%)과 말레이시아 맥시스 커뮤니케이션스(33%)에 투자했던 지분도 팔기로 했다. 블랜드는 특히 70억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과 휴대통신 부문 분사도 단행하기로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신기업 근무 경험이 없는 블랜드가 BT를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96년부터 BBC회장을 맡으면서 보여준 저돌적인 추진력과 리더십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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