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심사 불법 연장으로 의·약계 자금난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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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명분으로 법정 급여심사 기한을 어기고 불법 심사를 벌이는 사례가 많아 병.의원,약국 등 요양기관들의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의 한석원 회장은 3일 보험재정안정을 위한 의약정협의회첫 회의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험급여 조기 지급을 김원길 장관에게 공식요청하는 등 의.약계의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월 한달간 지급된 보험급여는 모두 8천175억원으로전월 지급액(1조67억원)의 81.2%, 4월 청구액(1조1천972억원)의 68.3%에 불과했다.

이는 올들어 1월 1조563억원, 2월 1조767억원, 3월 1조67억원으로 연3개월 1조원 이상을 유지하던 보험급여 지급액이 4월 들어 갑자기 8천억원대로 20% 가량 급감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3월 중순 보험재정 위기가 불거진 이후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과 현지심사 등이 대폭 강화되면서 급여 청구 이후 지급 기간이 종전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평원에 따르면 전체 EDI(전자문서교환) 급여청구건 가운데 법정 심사기한(15일) 안에 처리된 비율은 1월 91.5%, 2월 89.5%에서 3월 68.5%, 4월(1-17일 기준) 25.6%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에 반해 심사기간이 1개월(법정 기한의 2배) 이상으로 연장된 건수는 1월 1만9천121건, 2월 2만549건, 3월 6만367건에서 4월에는 136만9천314건이나 돼 1월의 72배로 폭증했다.

그 결과 1-2월에는 청구 후 15일 정도면 지급되던 보험급여가 현재는 심할 경우40일 이상 지나야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13조 2항에는 심평원이 모든 급여심사를 25일(EDI15일) 이내에 완료, 그 결과를 보험공단에 통보하면 공단은 지체없이 해당 요양기관에 급여를 지급토록 규정돼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험급여가 제때 나오지 않아 많은 의사와 약사들이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허위.부당청구를 차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가 법 규정까지 어겨가며 급여지급을 늦추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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