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텍사스 레인저스 '좌초위기'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상대가 지난 해 우승팀이자 섀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이긴 했지만 이들은 매경기 15점차 이상의 대패 끝에 3연패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 트레일블레이저스에 거는 기대는 당연히 우승이였다. 그러나 션 캠프, 라시드 월러스, 데일 데이비스, 로드 스트릭랜드, 스캇 피펜 등으로 이루어진 올스타 팀은 우승은 커녕 모래알 같은 팀워크로 망신만 당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징조'를 보이는 팀이 있다.

올 시즌 거액으로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그 주인공이다. 레인저스는 로드리게스 외에도 안드레스 갈라라가, 켄 케미니티, 랜디 벨라디 등을 영입하며 최강의 타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핵타선에 비해 빈약한 투수진으로는 포스트시즌 진출도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근 알려진 소식에 의하면 레인저스는 '초반몰락'의 가능성이 높다.

4월 한달 6점대 중반의 방어율을 보인 투수진의 무기력에 대해 로드리게스 등 타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나선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망가져 버린 것은 당연하다.

팀의 리더인 이반 로드리게스는 자니 오츠 감독과 충돌했다. 경미한 발꿈치 부상을 당한 이반 로드리게스는 경기 중 불펜포수가 자리를 비워 제프 짐머맨이 피칭을 하지 못하자 성적 부진으로 심사가 뒤틀린 오츠로부터 공을 받아주라는 불호령을 받았다.

스타플레이어인 그가 감독의 짜증섞인 명령을 호락호락 받아냈을 리 만무하다. 자신은 부상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로 응수, 이후 덕아웃은 최악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11승 14패로 4월을 보낸 레인저스의 성적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은 덕 멜빈 단장도 마찬가지. 설마 투수력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력을 회복하려 하지만 그것 역시 여의치 않다.

댈러스모닝뉴스에 따르면 멜빈은 피트 하니시(신시네티 레즈), 호세 리마(휴스턴 애스트로스), 스털링 히치콕(샌디에고 파드레스) 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상대의 입맛에 맞추려면 유망주들을 제시해야 한다.

투수 유망주들을 승격시키는 것 또한 도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런 메이에트, 호아킨 베노이트, 피트 먼로가 그 대상자들이지만, 이들이 현재의 분위기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더불어 자신감을 잃게 된다면 레인저스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게 된다.

불과 25게임을 치룬시점에서 호들갑으로 비춰질 수 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레인저스은 지난 29년간 197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4월성적이 최종성적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137게임이 남았다'라는 한가한 소리를 할 수 없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연봉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던 레인저스는 언론에게 여간해선 질리지 않는 풍선껌을 선물한 셈이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