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뚝주 주가 미국 주가 따라 움직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국내 굴뚝주들의 주가가 미국 동종업계의 주가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코스닥 첨단업종과 마찬가지로 굴뚝주도 미국 증시와 연동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증시 관계자는 "포항제철.현대자동차.제일제당 등 국내 핵심 제조업체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외국인 매매가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 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에다 굴뚝주들은 경기에 민감해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한국.미국의 주요 굴뚝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등락하고 있다.

최근 열흘간 포항제철 주가는 미국 S&P 500 철강업종 지수와 8일 동안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제일제당 주가와 S&P 500 음식료업종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현대그룹에서 벗어나며 재무위험이 크게 줄어 S&P 500 자동차업종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나 전체적인 흐름은 유사했다.

그동안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 관련주와 SK텔레콤.한국통신 등 통신주, 인터넷 관련주들이 미국 반도체나 통신주 등 기술주의 영향을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굴뚝주들도 그 영향권에 포함된 것이다.

포철이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3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58.25%, 53.05%에 이르러 삼성전자(58.55%)못지 않게 외국인들의 매매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 에서 '바이 업종' 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 라며 "한국의 대표적 굴뚝주는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찮아 미국 업체의 주가와 연동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미국 자동차 주식을 사면 현대자동차 주식도 매입한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에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며 증시의 주도주가 금융.유틸리티.건설.제지업종에서 조선.자동차.철강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면서 "경기가 회복 초기 단계에서는 철강 등 소재산업에 이어 자동차.조선 등 경기 민감주들이 오름세를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 반등을 이끄는 옐로칩도 국내의 주가수준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미국 경쟁업체의 주가와 견주어 투자할 필요가 있다" 고 주장했다.

조팀장은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 국면으로는 자동차 등 경기 민감주들을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보기술(IT)장비 관련주를 저가 매수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며 정보기술 소프트웨어나 통신 관련주의 매수는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