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의료기관 많은 게 한국의 강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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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틸레

경기도 성남에 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헬스케어 초음파 공장의 국내 협력업체는 100개가 넘는다. 납품 규모는 연간 8000만 달러(약 905억원)다. 이 공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3053억원으로, 전 세계에 있는 GE의 초음파 공장 8곳 중 매출이 가장 높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좋다고 소문난 덕이다. 국산 부품화율은 100%에 가깝다.

 통상 글로벌 기업들이 유통비·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다. GE헬스케어는 현지에 적극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재를 개발한다. 현지 협력업체를 키워 지역 맞춤형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10일 방한한 GE헬스케어 톰 젠틸레(48) 시스템즈 총괄사장은 “GE는 단순히 미국 회사가 아닌, 매출의 60%(지난해 약 166조원)를 해외에서 버는 글로벌 회사”라며 “한국에 최근 5년간 1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실례로 성남 공장은 1등 초음파 생산기지를 넘어 연구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팀은 올해 GE헬스케어의 간암 초음파 조영제(방사선 검사 때 조직·혈관을 잘 보이게 해 주는 약) ‘소나 조이드’와 연계해 초음파 기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성과를 올렸다. 소나 조이드를 주사로 투여하고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발전시킨 이 영상 진단기술은 현재 GE의 모든 초음파 기기에 적용되고 있다. 젠틸레 사장은 “인재 수준이 높고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기관이 많은 것이 한국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GE헬스케어가 한국 사업만 키워가고 있는 건 아니다. 젠틸레 사장은 “GE는 글로벌 회사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프라와 인재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E의 조직이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철저히 시장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GE헬스케어의 경우 지난해 중국 시장에 대비해 X선 본사를 중국 베이징으로 옮겼다. 현지에서 근무하는 직원 7000명 중 교포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인이다. 한국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576명) 가운데 외국인은 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뿐이다. GE헬스케어의 총괄 본사는 영국에 있다.

 GE는 이런 다채로운 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연간 교육비로 10억 달러를 쓴다. 직급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GE 정신’을 가르친다. ‘상상을 현실화하는 힘’이란 슬로건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슬로건처럼 GE 구성원은 GE가 바꿔 나갈 미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가치를 가진 회사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젠틸레 사장의 오른손엔 여행 캐리어가 들려 있었다. 전 세계 60여 곳에 있는 생산기지를 돌아보느라 1년에 180일가량을 해외 출장을 다닌다는 그는 “134년 전 작은 전구회사로 출발한 GE가 헬스케어·항공·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군을 갖춘 글로벌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늘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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