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퍼시픽리그의 위기 극복안

중앙일보

입력

퍼시픽리그의 위기 !

이 말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퍼시픽리그의 경영진 · 감독 · 선수들일 것이다. 이들 또한 눈앞에 닥친 상황을 그냥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대책을 세워 그 위기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실 대책은 몇 년전부터 있었다. 퍼시픽리그의 위기는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 개혁의 시작은 난카이가 다이에로 팀을 옮기고 홈구장을 오오사카에서 후쿠오카로 바꾼 것부터가 아닐까 싶다.

당시 매년 B클라스(4위-6위)에 머물렀던 난카이는 오오사카에서 결코 인기구단이 될 수 없었다. 사실 과거 세이부의 홈이었던 후쿠오카로의 이동은 모험 그 자체였지만, 난카이는 과감하게 그 이동을 시도했다.

다이에는 후쿠오카에서도 몇 년동안은 역시 B클라스에 머물렀지만 관객은 계속 증가했다. 그리고 전력강화에 매진한 다이에는 1999년 · 2000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다이에의 관중동원은 세이부를 제친 퍼시픽리그 1위다.

다이에 뿐만 아니다. 퍼시픽리그는 올해부터 경기일정을 바꿨다. 일본프로야구는 작년까지 센트럴리그 · 퍼시픽리그 모두 화 · 수 · 목에 3연전을 벌이고, 토 · 일(금요일은 유동적)은 2연전 내지 3연전을 벌였다. 월요일은 양리그 공히 휴가였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퍼시픽리그가 월요일에 경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월요일은 센트럴리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기가 없기 때문에, 관객동원이나 TV시청률을 높히기 쉽다. 센트럴리그에 몰려갔던 팬들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또한 퍼시픽리그 대부분의 구단은 이발소에 월요일만 사용할 수 있는 내야자유석의 50%할인권을 배달했다. 일본에서는 이발소는 월요일이 휴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일 때문에 구장에 못왔던 이발소 주인들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던 셈이다. 현재 이 행사는 대단한 호평을 얻고 있다고 한다.

4월 23일 현재 퍼시픽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지바 롯데 마린스도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롯데는 10년전에 가나가와현에서 지바현으로 홈을 옮겼다. 새로운 홈구장에서 팬을 만든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롯데의 아이디어는 기발했다.

바로 '마쿤'의 유치원 방문이다. 롯데의 마스코트인 마쿤은 지바현의 많은 유치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방문한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은 롯데 구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이말을 들은 유치원생들은 야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부모한테 '야구장에 가자'고 말한다. 이는 귀여운 아이의 부탁을 받은 부모들이 경기장을 찾게 하고, 아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롯데 팬으로 만든다는 장기적이고도 야심찬 계획이다. 그래서 롯데의 관중은 다른 구단에 비해 가족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 모처럼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의 홈구장은 주말이 되면 만원을 기록한다.

긴테쓰는 경영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의 소문대로 미국의 FOX사가 긴테쓰를 인수한다면,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외국자본으로 인한 경영이 시작된다.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동향은 주목할 만하다.

퍼시픽리그가 위기인 것은 틀림 없지만, 이러한 각 구단의 노력을 인정받을만 하다.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며 비교적 안이했던 센트럴리그도 이러한 퍼시픽리그의 노력을 본받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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