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대규모 인사로 분위기 반전시도

중앙일보

입력

2일 전격 단행한 한빛은행 임원 인사는 시기나 규모 면에서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은행 내부에선 지난 3월 취임한 이덕훈 행장이 취임 직후 임원 인사를 거의 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오는 7월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은행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결심한 가운데 시기를 봐 오던 李행장이 최근 잇따른 사고로 분위기가 뒤숭숭하자 전격적으로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8명의 비등기 이사 가운데 7명을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임된 김영수 상무가 3월에 선임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원 교체나 다름없다. 李행장이 취임한 지 두달 됐는데 업무 파악에 자신감을 얻어 인사를 한 것으로 은행 내부에선 보고 있다.

또 이번 인사에서 1951년생인 박영호 상무가 발탁되는 등 임원의 연령이 3~4세 낮아진 점도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리란 평이다. 李행장이 직접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젊은 세대로 교체했다는 분석이다.

한빛은행의 한 간부는 "이덕훈 행장이 업무 파악을 마친 이후로 인사를 미루다가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앞당긴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옛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나란히 4명씩 포진했다. 금융계는 이를 두고 아직까진 화학적 융합을 기대하기 힘든 물리적 융합단계로 두 은행간의 갈등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한다.

상업은행 출신에 비해 한일은행 출신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점도 눈에 띈다.

이덕훈 행장은 "합병 후유증이 2~3년 만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며 "전임 임원들이 너무 어려운 일을 많이 해 피곤한 상태여서 교체한 것" 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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