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조사 3주, 아직 수술 중인 CD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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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권모(37·여)씨는 이달 초 통장에 찍힌 대출 금리를 확인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CD금리 담합 의혹이 불거진 이후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시장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권씨의 대출금리는 크게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씨는 “대출금리가 6월에 비해 0.3%포인트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며 “다른 금리는 더 많이 하락한 것 같은데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꿈쩍도 않던 CD금리가 지난달 16일 공정위의 담합 조사 이후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장금리의 하락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대책을 내놓겠다던 금융당국의 CD금리 ‘수술’이 늦어지면서 대출자의 금리 부담도 시장 상황에 맞춰 속 시원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의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3.54%였던 CD(91일물)금리는 이달 7일 3.2%로 0.3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만기가 비슷한 통안증권(91일)이 3.28%에서 2.76%로, 은행채(3개월)가 3.36%에서 2.81%로 각각 0.52%포인트, 0.55%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더디다. 국고채(3년)·회사채(3년·AA-) 등도 같은 기간 0.5%포인트 이상 금리가 떨어졌다. 결국 CD금리와 연동된 대출을 받은 기존·신규 대출자는 여전히 시장금리 하락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차상기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공시팀장은 “이달 들어 CD 거래는 전무하다”며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되고 있는 다른 금리와 달리 CD금리는 상대적으로 경직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증권사가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금리’를 자의적 판단으로 입력하는 금리 결정 시스템과 과거 수치를 참고해 CD금리를 매기는 관행이 바뀌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CD금리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임원은 “담합 조사 이후에 공정위나 금융당국에서 특별한 조치를 내리거나 권고사항이 오지 않았다”며 “예전과 크게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CD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금리를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CD금리 개선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새 지표로는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지수)가 유력하다. 코픽스는 국내 9개 은행이 자금조달 평균비용을 제출하면 은행연합회가 이를 가중 평균해 공표한다. 2010년 개발돼 현재 CD금리와 함께 은행의 대출금리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만 발표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금융위는 금리 공표를 매달 1회에서 매주 1회로 단축해 시장 금리의 변화를 반영하게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선 기업·신용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코픽스를 적용시켜 고객의 금리 부담을 줄여갈 예정”이라며 “CD금리와 연계된 파생상품 시장이 수천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파생상품 시장의 대체금리 논의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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