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요리사' "김정은 부인, 귀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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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방문 후 4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후지모토 겐지. [연합뉴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요리사로 10년 이상 근무했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65·가명)는 4일 “지난 2주 동안의 북한 방문 중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환영 파티를 열어줬으며 이 자리에는 부인 이설주도 동석했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21일 평양을 방문한 후지모토는 이날 귀국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일본 기자단의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김정은은 나에게 ‘언제 북한을 오건 난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후지모토에 따르면 20명 남짓 참석한 환영회에는 김정은 외에 부인 이설주, 여동생인 여정도 동석했다. 다만 김정은의 형인 정철의 모습은 없었다고 한다. 김 제1위원장은 후지모토를 보자 “오랜만이다”며 기쁘게 포옹을 나눴다. 후지모토의 본명에 ‘씨’를 뜻하는 일본어인 ‘상’을 붙여 존칭했고, 건배사도 직접 김정은이 제창했다고 한다. 이에 후지모토는 일본에서 가져간 ‘혼마구로(참다랑어)’를 직접 요리해 대접했다. 후지모토는 김정은에 대해선 “인간적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고, 부인 이설주에 대해선 “귀엽고 멋지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후지모토는 김정일의 전속요리사로 일하는 한편 김정은과 김정철의 유년시절 ‘놀이 상대’ 역할을 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1982년 도쿄 조리사협회장의 소개로 북한을 방문했다 그대로 눌러앉아 평양 초밥집에서 일했다. 초대소에 초밥 출장을 갔을 때 김정일을 알게 돼 89년부터 전속요리사로 활동했다. 밝고 솔직한 성격으로 김정일 가족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취미생활이나 연회석상에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90년 당시 7세이던 김정은을 처음 만나 성장을 옆에서 지켜봐 왔다.

 그러나 그는 98년 식자재를 사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 경시청 간부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들통 나 1년6개월간 북한에서 연금상태에 놓였다. 언제 강제수용소에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감 때문에 2001년 가족을 남긴 채 북한을 탈출해 일본으로 건너왔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5일 김정은이 ‘눈엣가시’인 후지모토를 이 시기에 초청한 이유에 대해 “김정은의 개방적 성격을 국제사회에 어필하고 후지모토로 하여금 ‘김 패밀리’의 비밀을 더 이상 입 밖에 내지 못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일본과 북한 당국으로부터 뭔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지만 후지모토는 이날 “정부 관련 일로 간 게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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