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양궁 오진혁, 남자 사상 첫 금메달 획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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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양궁이 드디어 한을 풀었다. 오진혁(31·현대제철)이 사상 첫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을 캐냈다고 일간스포츠가 보도했다.

오진혁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전에서 후루카와 다카하루(일본)를 7-1(28-26, 29-28, 29-29, 28-25)로 꺾었다. 오진혁은 결승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를 했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건 오진혁이 처음이다. 여자 양궁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까지 6차례 개인전 금메달을 가져가는 동안 남자 양궁은 한 번도 금메달을 갖지 못했다. 역사적인 첫 개인전 금메달을 가져온 주인공은 오진혁이었다.

오진혁은 촉망 받는 엘리트였다. 1998년 충남체고 시절 세계주니어선수권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는 "그때 를 돌아보면 참 거만했고 나태했다"고 말한다.

충격을 받은 그는 2000년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이 해 종별선수권에서는 꼴찌를 했다. "정말로 꼴찌였다. 순위표를 한참 넘겨야 맨 뒷장에 내 이름이 나왔다"고 했다.

불러주는 실업팀도 없었다. 운동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쫓기듯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그때 오진혁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장영술 당시 상무 감독(현 대표팀 총감독)이었다. 제대 후 장 감독의 소개로 현대제철에 들어갔지만 슬럼프는 계속됐다. 그는 "주말은 술 마시는 날이었다. 네온사인이 여러 개로 보일 때까지 마셨다. 여기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회상했다. 그때 그만뒀으면 어쩔 뻔했을까. 오진혁은 "그때 활을 놨다면 지금쯤 그냥 동네 형(건달)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이 지나고, 오진혁은 술잔 대신 활을 잡기 시작했다. 성과는 천천히 나왔다. "기록지 맨 뒷자리에 내 이름이 있다가 앞장으로 넘어가는데 한참 걸리더라"는 게 그의 말이다. 오진혁은 2007년 다시 태릉에 입성했다. 그리고 2009년 울산 세계선수권대회 대표에 뽑혔다. 그는 "그때 이번엔 정말 대표팀에 오래오래 있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울산 세계선수권대회 때 오진혁은 랭킹라운드에서 하루에 세계신기록 세 번을 세웠다. 옆에서 경기하던 캐나다 선수들이 과녁판 화살을 뽑는 오진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당신이 양궁의 신입니다'란 뜻이었다. 오진혁은 그 뒤로 대표팀 붙박이가 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도 얻었다. 담력이 좋은 그는 거침 없이 빠르게 시위를 당기는 게 장점이다.

오진혁은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그 옆에는 3연속 올림픽에 참가하는 임동현이 있었다. 오진혁은 임동현에 대해 "처음 봤을 때부터 뭐 저렇게 잘 쏘는 놈이 있나 싶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없는 파이터 기질이 부러웠다. 임동현은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8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엘리트' 임동현을 부러워하던 오진혁은 그러나 임동현을 제치고 사상 첫 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온라인 중앙일보,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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