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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CCTV 달아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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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찬성] 범죄예방·안전감 제고하는 효과 있다

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폐쇄회로(CC)TV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먼저 언급한다. 첫째, CCTV는 만능이 아니다. 작정하고 범행을 저지르거나, 정신이상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CCTV는 막아낼 도리가 없다. 둘째, CCTV는 하수(下手)의 범죄예방 전략이다. 상수(上手)는 자연적 접근이다. 자연적 접근이란 도로, 건물, 구조물 등의 설계·배치단계에서부터 사람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나 시선을 고려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비록 만능도 아니고, 하수의 전략이지만 CCTV는 범죄의 예방과 증거수집에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연구결과마다 차이가 있으나,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 대체로 그 효과의 긍정성을 인정하는 연구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CCTV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일반인에게 안전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2011년 기준 공공기관이 설치한 CCTV가 36만 대이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CCTV도 이미 250만 대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 제주도 올레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해 CCTV 설치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설치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올레길이 갖고 있는 자연친화성을 강조하고, 특히 외국의 예로 애팔래치안 트레일에서 9건의 살인사건이 있었지만 일상생활 공간에 비해 범죄 발생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특별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한다. 필자도 올레길이 갖는 자연친화성이 CCTV에 의해 훼손되는 것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3500㎞에 달하고 일반 생활공간과 격리되어 있는 애팔래치안의 경우와, 약 400㎞로 많은 경우 일상생활 공간과 근접해 있는 올레길은 범죄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강조하건대 CCTV는 범죄예방 전략으로서 만능도 아니고, 상위의 접근법도 아니다. 그러나 CCTV가 갖는 긍정적 효과까지 부정하여 범죄예방을 위한 대안으로서 아예 배제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CCTV의 지혜로운 활용을 위해 다음 사항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CCTV 외에 다른 범죄예방 수단은 없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여행자 안전수칙이 만들어져야 하고, 자연적 감시전략이 채택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적 판단이 나오면 이는 수용해야 한다. 둘째, 올레길의 자연친화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통상적인 CCTV 설치기준(시야를 최대한 확보하고, 사고가 빈발하는 지역)보다는, 올레길 접근로를 중심으로 설치를 권하고 싶다. 범죄자 검거 목적의 CCTV 설치도 범죄자 처벌의 확실성을 높여 범죄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반대] 치유의 길이 감시받는 공간 돼선 안 된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과거 개발방식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상징적인 운동으로 시작된 것이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추진한 제주올레다. 집 대문에서 마을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어 ‘올레’에서 비롯한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첫 번째 코스 개장 이후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제는 제주의 속살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걷는 길이자 평화와 치유의 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제주올레 1코스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이제까지 축적해 왔던 제주올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광지 제주의 이미지도 훼손되었다. 사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은 다른 장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올레 코스의 안전한 보행환경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제주올레가 갖는 생활문화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행정안전부가 보행안전법 제정을 통해 제주올레 코스에 CCTV를 설치하려 한다고 한다. 제주올레의 조성 배경과 이념 등을 고려한다면 CCTV 설치는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 편하고 아늑한 보행공간으로서의 제주올레가 아니라 오히려 감시되고 감시되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보행공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CCTV 설치로 범죄예방 효과를 일부 얻을 수는 있겠지만 올레의 성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율성마저 의문이 든다.

 성급하게 CCTV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자연에 변형을 덜 가하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2중, 3중으로 적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즉 범죄 발생 가능한 장소를 파악해 자연스러운 감시환경을 조성하면서도 마을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올레지기와 길동무를 확대해 기존 제주올레 코스를 주기적으로 돌아보고 안내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든 제주올레 코스에는 일정 구간마다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표지가 세워져 있다. 이 점을 활용해 최근 급속하게 보편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정비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기본적으로는 통신 접촉 환경을 개선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기록하고 긴급 상황 시 (사)제주올레 혹은 경찰서 등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앱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제주올레 홈페이지를 통해 보급하고 등록하게 해 인적·물적 안전망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길’,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눈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담아가는 ‘길’로서의 제주올레를 완성하기 위한 슬기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