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지난해보다 14% 떨어지면 31만가구 경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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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랜드 취재팀기자]

주택 가격이 지난해 말 가격 대비 외환위기 직후 하락 폭인 14% 정도 더 떨어질 경우 31만5000가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위험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떠안게 되는 부실 대출 규모는 2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집값 하락 폭이 25%에 달할 경우는 43만7000가구가 부도 위험에 놓이고 31조원의 대출금이 부실 대출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3만여 가구는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381만 가구의 11%에 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 내용은 금융감독원 내부 자료와 한국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에 비해 7%, 14%, 25% 하락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추산한 것이다.

집값이 7% 하락하면 19만4000가구, 14%는 31만5000가구, 25%는 43만7000가구가 파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는 두 기관이 추정한 집값 추가 하락에 따른 금융권 부실채권 증가액에다 전국 가구 수(1757만 가구), 가구당 평균 주택대출액(7101만원·2011년 말 기준) 등을 대입해 추정한 것이다.

주택 가격 급락은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3월 말 기준으로 은행에 원금 일부를 갚지 못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없는 위험한 주택담보대출(3월말 기준)이 44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시중 금융회사 전문가 74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5가지 위험을 물어본 결과 73%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라고 답했다. 올해 초 같은 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5대 위험 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반년 만에 '집값 문제'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사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개별 '하우스 푸어'들에겐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본지가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주택 가격 하락 시나리오'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이 작년 말 대비 7% 하락하면 19만4000가구가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구'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가구는 소득의 4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자산보다 빚이 많은 가구를 뜻한다. 한계가구의 급증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진다. 부동산 가격이 7%만 떨어져도 은행 빚 중 4조원이 새로 부실채권이 된다.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의 절반 규모다.

은퇴 앞둔 중산층에 대재앙 될 수 있어

집값 하락과 하우스 푸어의 급증은 금융권 부실을 낳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준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하면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줄여 경기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향후 5년간 25% 추가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금융기관의 부실은 31조원가량 더 늘어나고, 한계가구는 현재보다 43만7000가구 늘어난다. 주택 가격이 현재의 75% 수준이 되면 하우스 푸어들은 과거 IMF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부동산 경착륙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 가장이 될 확률이 높다. A은행 임원은 "부동산 대출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상환 능력 대비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자만 내면 되는 대출로 집을 산 50대 장년층이 부동산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이자만 내던 가구가 원금 상환에 들어가면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49%까지 오른다고 분석했다. 버는 돈의 절반 가까이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셈이다. 아직까진 소득이 있어 버티고 있는 50대 중산층이 퇴직 후 부동산 시장 추락까지 겹치면 빚을 갚을 수 있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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