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업계, 또다시 할인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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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최인호 저.여백미디어),『해리포터』(조앤 롤링 저.문학수첩),『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키요사키 저.황금가지),『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저.진명출판사)….

이 책들의 공통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를 차지하는 화제작이라는 것. 또 하나는 제값을 주고 사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는 점이다. 인터넷서점에 들르면 20~40%쯤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들의 할인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소비자들은 싼 값에 책을 살 수 있어 좋지만 일부에서는 심한 경쟁으로 출판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있다.

주요 인터넷서점들은 한국출판인회의와 합의해 신간서적의 할인폭을 '10%' 로 묶기로 했으나 20일 현재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합의를 거부했던 인터파크 '북파크(http://www.bookpark.com)' 가 주요 베스트셀러의 값을 40%나 낮춰 판매한 여파다.

인터넷서점 업계 선두인 예스24(http://www.yes24.com)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한시적으로 베스트셀러 3백종에 대해 30%의 할인판매를 시행 중이다.

이강인 사장은 "북파크의 할인폭은 도저히 이익이 날 수 없는 수준이며 이해할 수 없는 처사" 라며 "그러나 매출이 20% 이상 줄어드는 등 타격이 커 대응하게 됐다" 고 밝혔다. 이는 다른 서점들도 마찬가지. 알라딘(http://www.aladdin.co.kr)은 기본적으로 '10% 할인' 을 지키고 있으나 일부 책들은 20~30%씩 싸게 팔고 있다. 북스포유가 '특가매장' 코너에서 최고 35%, 와우북은 최고 25%의 할인과 추가 마일리지를 주고 있다.

출판인회의측과 교보.영풍.종로 등 대형서점 계열의 인터넷서점은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승용 한국출판인회의 정가제문제 분과위원장은 "일부 인터넷서점의 지나친 할인은 시장질서를 파괴해 이익을 얻겠다는 부도덕한 처사" 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위원장은 "그러나 합의체제가 계속 유지되길 희망하며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고 말했다. 알라딘 조유식 사장도 "출판계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인다는 합의정신은 유효하며 앞으로 정착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파크측은 "건전한 시장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리자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며 "오히려 10%로 할인폭을 묶은 합의가 담합의 가능성이 있다" 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값을 낮춰 파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고 이를 이유로 도서공급을 중단하거나 하면 위법" 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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