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의 편협한 언론관을 우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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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민주당 선관위가 중앙·조선·동아가 운영하는 3개 종편 방송의 경선토론회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언론 발전을 위협하는 정치세력의 독단이다. 제1 야당의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낸 것이요 이들이 집권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언론 파행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종편 출범 이후 민주당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어왔다. 민주당 인사들은 방송 출연을 희망해도 지도부나 일부 강경세력의 규제와 반대를 의식해야만 했다. 지도부는 3개 종편이 2009년 강행 통과된 미디어법으로 탄생한 것이어서 이들 방송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당연히 출연은 극도로 제한되었다. 개인적으로 출연을 약속했다가 당의 압력을 받아 취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경선토론회 거부는 이런 분위기의 완결편인 셈이다. 매일경제가 운영하는 MBN도 같은 종편이지만 종편 이전 뉴스방송일 때부터 MBN에는 민주당의 참여가 있었다는 이유로 거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MBN 종편도 본질적으로는 미디어법의 산물이어서 민주당의 이런 논리는 취약하다.

 결국 민주당은 중앙·조선·동아를 대치(對峙)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방송에 참여하는 걸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의회민주주의와 어긋나는 것이다. 미디어법은 국회 다수결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날치기’여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예산안들도 같은 ‘날치기’로 통과됐는데 예산에 편성된 의원 세비와 국고보조금은 왜 거부하지 않았나. 민주당은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제1 야당이다. 언론의 정당한 취재와 활동에 응하는 것은 민주사회 발전을 위한 일종의 의무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언론이 어떤 정권에 비판적이어도 언론의 존재 자체가 정권 차원을 넘어 공동체에 필수적인 가치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포용보다는 대척(對蹠)의 각을 세워왔다. 노무현 정권 시절엔 정부기관 기자실을 폐쇄하는 언론 규제 정책을 펴다가 헌법소원을 당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의 이해찬 총리는 외국 방문 중에 “조선·동아는 까불지 말라”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일부 경선 후보를 포함한 적잖은 민주당 인사들이 3개 종편에 출연하는 걸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지도부에 눌려 있다. 방송 출연을 둘러싸고 당이 개인의 자유를 구속한다면 이 또한 민주 공당의 처사가 아니다. 시청률이 얼마든 종편은 이미 상당수 유권자의 의식에 자리 잡은 한국 방송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공당이 이를 배척하는 것은 유권자를 차별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편협한 갈등의식을 버리고 종편 시청자들에게 당당히 다가가야 한다. 민주당이 종편 경선토론회를 수용한다면 이는 국정을 담당할 수 있는 책임 정당이라는 자격의 일단을 보여주는 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