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계 ‘탈당 뒤 재창당’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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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통합진보당 내에서 조직적인 탈당·분당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옛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파와 함께 ‘진보통합’을 내걸고 통진당 창당에 나섰던 참여당계(당원 5만8000명 중 8000명) 중심으로다.

 29일 대전에서 150여 명이 모여 비공개 회의를 한 참여당계는 ▶이석기·김재연 제명안을 부결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행위로 그들을 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고 ▶통진당 자력으로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할 수 없게 됐으며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당 안팎의 다양한 진보혁신 세력과 연대해 즉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 같은 내용을 전한 강동원 의원은 “분당이란 단어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하고, 당 차원에서 분당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여당계의 리더인 유시민 통진당 전 공동대표는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당 게시판에 “진보통합을 통한 정권교체 전략은 효력을 상실했다. 민주당은 통진당과 연대하지 않을 것이다”며 분당을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참여당계) 당원이 뜻을 모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역시 참여당계의 핵심인 천호선 최고위원도 “옛 당권파와 함께 당을 혁신할 수도, 옛 당권파에 맞서 혁신을 이룰 가능성도 희박해졌다”고 했다.

 탈당과 재창당에 대한 논의는 통진당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혁신비대위 대변인이었던 이정미 최고위원은 “현재 통진당은 대선에서 진보정당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며 “어떤 안이든 새로운 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투쟁을 통한 혁신 가능성도 낮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제명안에 무효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에 대해 혁신파 당원들이 사퇴를 요구했다. 당의 해산을 촉구하는 평당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탈당과 당비 납부 거부도 주말 내내 이어졌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당의 여론을 보고 강기갑 지도부가 혁신파 전체의 의견을 모아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의 대주주이자 지난달 강기갑 대표 지지선언을 했던 민주노총에서도 산별 대표들이 이번 주 모임을 갖고 대처방안을 논의한다. 이들은 ‘제2창당(분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계가 말한 ‘연대해야 할 당 밖의 세력’은 민노총을 가리킨다.

강인식·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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