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지 않는 헐리우드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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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인 마흔은 헐리우드 스타들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10대나 20대의 반짝이는 매력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배우들이 30대를 거쳐 40에 이르면 이전의 모습과는 결코 같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마흔(물론 미국 나이로. 우리식 대로라면 벌써 지난지 오래!)이 되는 헐리우드 스타들이 유난히 많다.

그러나, 40대를 맡는 이들 스타들은 육체에서 넘쳐나오는 성적 매력이 가장 중요한 상품성으로 통하는 쇼비즈니스계의 특성상 분명히 예전과는 다르겠지만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태도(속으로야 어떤지 모르지만...)로 오늘의 헐리우드를 주도하고 있다.
마흔이 되는 스타들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배우는 먼저 멕 라이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한껏 매력을 발산했던 멕 라이언의 천진하고 귀여운 웃음을 기억하는 우리 영화팬들 중에는 "멕 라이언이 마흔이나 됐다고"하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해리가...'가 우리 나라에 소개된 것이 벌써 10여년전인 89년이고 그 후로도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등 많은 영화가 개봉됐던 것을 생각하면 지나간 세월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영화 'Proof of Life'를 찍으며 함께 출연했던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와 화끈한 불장난을 치르는 것을 지켜본 영화팬들은 멕 라이언의 나이에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

아무튼 멕 라이언은 트레이드 마크인 웃음으로 구축한 소녀적 이미지로 나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40대 헐리우드 스타인 듯하다.

이제 마흔이 되는 또 하나의 빅스타는 조지 클루니다.

'Batman Forever'에서 약간은 웃기는 배트맨으로 출연한 바 있는 클루니로부터도 그 젊고 단단한 매력에서는 40의 나이를 느끼기가 쉽지는 않다.

클루니가 헐리우드의 간판스타로 등장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기 TV 드라마 'ER'로 스타덤에 오른 클루니지만 영화 출연작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해 지난해 개봉된 'Perfect Storm'을 통해서야 비로소 멜 깁슨과 케빈 코스트너등을 잇는 전통적 남성배우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미국 중서부의 시골동네인 켄터키주 렉싱턴 출신의 촌뜨기인 클루니가 다 떨어진 자동차 하나에 주머니엔 전재산 3백불만 꾸겨넣은 채 LA에 입성한지 19년만에 이룬 성과다.

지난해부터 운때가 트였는지 클루니는 빅 스크린에서도 계속 승승장구, 코엔 형제의 영화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로 골든 글로브를 거머쥐었으며 올해는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등의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Ocean's 11(감독 스티븐 소더버그)'도 찍는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나이 마흔에 즈음해 클루니는 "내 나이가 40이지만 헐리우드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중에는 젊은 편이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농구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도 불혹의 나이에 들어가지만 별로 유혹에 잘 견딜 것 같지는 않다.

"마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로드맨은 마돈나의 염문, 카르멘 일렉트라와의 짧은 결혼생활 이후에도 여전히 주변에 수많은 '걸'들을 몰고다니며 '불혹'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한편, 이들과는 달리 10대의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떠올랐다가 거짓말같이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 왕년의 스타들 중에서도 마흔이 되는 사람이 꽤 있다.

'I was made for dancing' 한 곡으로 일약 10대들의 우상이 된 리프 가렛도 올해 마흔이다.

70년대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던 가렛은 열기가 식으며 마약과 술에 탐닉하다 자동차 사고로 가장 친한 친구를 불구로 만드는 등 불행을 겪으며 20년을 보낸 뒤 마흔이 됐다.

또 7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체조의 요정으로 떠오른 나디아 코마네치도 마흔이 되는 유명인사.

냉전시대 어린 나이에 엄청난 유명세를 탔던 코마네치는 이후 미국으로 망명, 성인잡지 모델로 나서는 등 인생의 부침을 겪다 지금은 오클라호마에서 체조교실을 열고 있다.

이밖에 올해 마흔이 되는 스타에는 얼마전 파킨슨씨 병으로 헐리우드를 떠난 마이클 J. 폭스와 에디 머피, 육상의 신화 칼 루이스, 그룹 '컬처 클럽'의 여장 가수 보이 조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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