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민간 개방 국토부 오락가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토해양부가 최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결정을 무시하고 수서발 KTX(고속열차)의 민간 개방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서발 KTX는 2015년 개통 예정이다.

국토부는 “독점 폐해 타파, 철도산업 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KTX 경쟁체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24일에 냈다. 당초 예정에 없던 것으로 급히 배포된 자료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경쟁체제 도입이 유보 또는 백지화된 걸로 오해하는 것 같아 자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7일 있었던 정부와 새누리당 간의 고위 당정협의회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당시 당정협의회에서는 KTX 민간기업 참여 문제를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새누리당의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민간 개방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보고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도 하루 뒤인 18일 “더 이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선이 끝나면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꾸면서 새롭게 갈등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당정회의에서도 민간 개방의 필요성은 공감했다”며 “추진은 (더) 논의를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 실장 발언에 대해선 “(민간 개방이) 정책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휘말린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사업자 선정은 조금 늦어지더라도 사전 절차인 사업제안서(RFP) 공모는 연내에 마칠 계획이다. 민간 개방 추진에 필요한 ‘대못’을 박아두겠다는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국토부는 ‘올 상반기 중 사업자 선정’→‘총선 뒤 선정’→‘올해 말 선정’ 등으로 계속 말을 바꿔 비판을 받았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국토부가 KTX 민간 개방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맘이 급해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