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현장에선 고졸이 더 적극적 … 오비맥주 ‘대졸’ 채용 자격 없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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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오비맥주 고졸 사장이 대졸 이상으로 묶인 채용 제한을 없앴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장인수(57·사진) 오비맥주 사장은 24일 저녁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업·관리직 사원을 뽑을 때 ‘4년제 대졸 이상’으로 돼 있는 응시자격 제한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고졸은 물론 중학교나 초등학교만 나와도 입사 지원을 할 수 있는 열린 채용을 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하반기 신입공채부터 적용된다. 영어 성적을 적는 항목도 입사원서에서 지운다.

 장 사장은 “사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구상했던 내용”이라고 했다. 서울 대경상고를 졸업한 후 1980년 진로에 입사한 그는 30년 넘게 현장에서 영업활동을 했다. 처음엔 입사 동기들보다 진급이 늦었다. 그는 “첫 주임 진급을 4년 늦게 하니 절박함이 더 생기더라”며 “이때부터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를 악문 덕이었을까. 결국 동기 80명 중 가장 먼저 2007년 임원이 됐다.

 이번에 학력제한을 폐지한 것도 고졸의 ‘절박함’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바닥에서 뛰어보면 안다. 고졸·지방대 출신은 뒤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들어오기만 하면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학력 문턱으로 막아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장 사장은 “영어 실력도 주류 영업능력과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오비맥주는 그가 영업본부장으로 있던 지난해 초부터 영어 성적을 보지 않고 영업 직원을 뽑았다. 입사원서에 기재란은 있었으나 선발 점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여성 영업사원을 늘리는 실험도 시작한다. 오비맥주에는 2010년 최초로 여성 영업사원 한 명이 입사했다. 장 사장은 “주류 영업이 거칠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켜보니 아주 잘했다”며 “여성을 많이 뽑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나 편의점 같은 유통업체와 얘기를 할 때 여성 영업사원의 섬세함이 돋보이더라”는 것. 현재 오비맥주의 현장 영업사원 550명 중 여성은 단 세 명이다. 올 초 인턴 네 명을 더 뽑았다. 장 사장은 “몇 년 내로 여성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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