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매도 위한 ‘대차잔액’ 3조5000억 … 추가 조정 가능성 커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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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식시장에 다시 공매도 금지령이 내려졌다.

 스페인은 23일(현지시간) 공매도 금지 해제 5개월 만에 다시 공매도를 금지시켰다. 3개월 동안 상장 주식 전체가 공매도 대상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7.5%까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내린 결정이다. 이탈리아도 이번 주까지 은행주와 보험주 공매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 등은 지난해 8월에도 주식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공매도 금지로 투자 심리가 안정되면서 이날 5% 가까이 급락 출발했던 스페인·이탈리아 증시는 낙폭을 줄이며 각각 1.1%, 2.7% 하락 마감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주식을 미리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시장에서 판 물량만큼 사서 되갚아 수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가 거래를 활성화시켜 유동성을 풍부하게 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시장 위기 때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특히 약세장에서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 하락폭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 5월 중순과 6월 말 공매도 비중이 거래량의 10%를 웃돌 정도로 급증했다. 5월 공매도가 늘었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주당 130만원대에서 120만원대로 내려갔다. 6월 말 공매도가 늘어났을 때도 주가가 110만원대로 추락했다.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은 줄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3일 코스피200 종목에 대한 공매도 비율은 전체 거래량의 2.9%를 기록했다.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공매도 비중이 낮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차잔액이 여전히 35조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이는 올 들어 23일까지의 하루 평균 32조원보다 3조원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대차잔액은 ‘빌린 주식’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대차잔액이 평균을 넘어선다는 것은 앞으로 공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공매도는 최근 줄었지만 대차잔액은 늘고 있다. 6월 말 1조5000억원대로 줄었던 대차잔액이 꾸준히 늘어 23일 현재 3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는 공매도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차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향후 공매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삼성전자 주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의 추가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3일 현재 POSCO·LG전자·OCI·현대차 등의 대차잔액은 1조원을 웃돈다. 특히 LG전자는 전체 시가총액의 25%, OCI는 33%가 대차잔액 물량이다. OCI는 이달 들어 주가가 15% 빠졌다. LG전자는 6% 하락했다.

공매도 공매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식을 빌려 파는 차입 공매도(커버드 쇼트셀링·covered shortselling)다. 주식을 빌려주는 곳은 증권사 등으로 이들은 빌려주는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다른 하나는 주식이 없으면서도 파는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naked short selling)다. 국내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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