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차기 주자들 MB 사과 깊이 새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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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이명박 대통령(MB)이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와 사법처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대국민 사과는 임기 중 다섯 번째다. 이 대통령은 재산의 사회환원과 월급 기부 등을 언급하며 자신은 깨끗한 정권을 위해 노력했는데 주변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일어났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걸 자신의 불찰로 돌렸다.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의지와 실천 사이에 얼마나 커다란 간격이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그런 의지를 지녔다면 경선과 대선, 그리고 임기 내내 철저한 경계와 감시로 실천했어야 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자신이 받은 돈을 경선자금으로 썼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득 의원에게 돈을 준 저축은행 업자는 ‘대선 지원용’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경선과 대선부터 비리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취임 후도 그렇다. 대통령이 형님의 총선 출마를 막고, 측근들에게 엄한 비리 단속 경고를 내리고, 사정기관을 동원해 감시체제를 가동했다면 이런 사태의 상당 부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한 부분이나 내곡동 사저 파문은 사과에 넣지 않았다. 각각 국정조사와 특검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어쨌든 대통령의 사과는 여전히 미완(未完)인 셈이다. 국민은 퇴임 전에 대통령의 사과를 또 들어야 할지 모른다.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선 그 순간, 새누리당 경선후보 5인은 TV토론을 벌였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 8인, 그리고 장외(場外)의 안철수 교수까지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은 대통령의 사과를 냉엄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후보들 중에는 이미 동생을 비롯한 친인척과 관련해 시선을 끄는 사람들도 있다. 차기 주자들은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사전에 어떻게 단속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공약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가 대선국면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 국민에게 사과나 하는 초라한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