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위조 지폐, 홀로그램까지 완벽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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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5만원권 위폐 2억7760만원어치를 만든 방모씨와 김모씨가 23일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관이 제작 방법을 설명하면서 위폐를 한 장씩 잘라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중순 방모(25)씨는 서울 수유동 자신의 원룸 오피스텔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위조지폐에 관한 뉴스를 봤다. 호기심에 5만원권을 직접 복사해 봤지만 진폐와는 차이가 컸다. 방씨는 레이저프린터보다 해상도가 좋은 잉크젯프린터를 구입해 차이를 줄여나갔다. 진폐처럼 위장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프린트해 오려 붙였다. 제작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그럴싸한 위조지폐가 만들어졌다. 방씨는 이를 이용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장난이 범행으로 발전한 것이다.

 방씨는 위조지폐를 직접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폐쇄회로TV(CCTV)에 모습이 찍혀 경찰에 붙잡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위조지폐를 대신 써 줄 사람을 모집하기로 했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통장도 구입했다.

 방씨는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직종·업무 내용에 대한 설명 없이 “월수 450만원 보장, 군 미필자 대상”이라는 글을 올렸다. 군 미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은 나이가 어려 세상 물정을 잘 모를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날 구직 글을 본 박모(20)씨가 방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씨는 “사실 위조지폐를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 한다. 위조지폐를 편의점·시장에서 사용하고 돌려받은 거스름돈을 반으로 나누자”며 자세한 범행 수법까지 알려줬다. 박씨가 의심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네가 진짜 돈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돈이 된다”며 “위조지폐를 전달할 테니 내일 도봉산역으로 나오라”고 했다.

 방씨는 얼굴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돈을 전달할 방법을 궁리하다 영화에서 마약 거래를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찾기 힘든 장소에 돈을 감추고 수취인에게 전화로 지시하는 방식이었다. 다음 날 박씨가 도봉산역에 도착하자 방씨는 전화를 해 “역 건너편 은행 건물로 가면 환풍구에 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씨는 이런 식으로 박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5만원권 위조지폐 총 100장을 전달했다. 박씨는 위조지폐를 사용한 뒤 거스름돈으로 받은 돈의 절반 정도인 257만원을 방씨의 대포계좌에 입금했다.

 방씨가 꼬리를 잡힌 건 박씨가 경찰에 검거되면서다. 박씨는 이 돈으로 친구 두 명과 함께 서울 노원구·중랑구, 경기도 의정부 등에서 사용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본지 7월 10일자 18면> 그러자 방씨는 잡힐 것을 우려해 대포폰을 배터리와 분리해 버렸다. 위조지폐는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보관해뒀다. 하지만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지난 20일 붙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통화 위조 혐의로 방씨와 공범 김모(25)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원룸 오피스텔에 함께 머물며 3개월간 위조지폐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을 통해 시중에서 사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위조한 5만원권 지폐 총 5552장(2억776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국내 위조지폐 범행으로는 최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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