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딜러 · 관료 환율불안 '잠 못 이룬밤'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밤 P투자캐피탈의 崔모(42)대표는 눈을 붙이지 못했다. 낮에 급등락하는 주가와 환율을 살피느라 긴장하다 밤에는 미국에서 걸려오는 큰손 투자자의 전화 공세로 몸살을 앓았다.

崔대표는 "국내 벤처에 투자한 미국 투자가들이 환차손을 우려하며 앞으로 원화환율 전망을 꼬치꼬치 묻는 바람에 쉴 시간이 없었다" 고 말했다.

밤잠을 설친 것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직원들도 마찬가지. 4일의 금융정책협의회에 올릴 증시.환율대책을 극비리에 준비하느라 밤새 사무실을 지켰다.

재경부 관계자는 4일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기대에 못미치자 "일본도 오늘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하기로 해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는데 발표가 미뤄져 아쉽다" 고 말했다. 일본의 경기대책 발표가 갑자기 6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들도 "지난주부터 낮밤을 구분할 수 없이 생활하고 있다" 고 털어놓았다. 도쿄.런던.뉴욕의 외환시장을 돌아가며 엔-달러 환율이 요동을 쳐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해 가을에는 환율변동이 너무 잠잠해 통화당국에 불평을 하기도 했다" 며 "요즘은 몇초 만에 수천만원씩 벌거나 까먹는 전쟁의 연속" 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언제 시장에 개입할지 몰라 화장실도 마음놓고 못갈 정도" 라며 "일단 일본이 먼저 시장에 개입하고 한국도 개입할 것으로 보여 시시각각 도쿄 외환시장 동향을 모니터하고 있다" 고 말했다.

테헤란 밸리의 벤처기업들도 3일 밤에는 연구개발보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나스닥의 폭락을 줄곧 지켜보았다.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I사 관계자는 "아리바와 커머스 원 등 우리와 업종이 같은 미국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는 "나스닥 폭락에도 불구하고 4일 코스닥의 주가가 급락하지 않아 다행" 이라며 이날 오후부터 사무실에서 겨우 잠을 청했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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