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뚫어 불황속 수출 호황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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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의 직물업체 태창기업은 올들어 한달에 하루만 쉬면서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다.

1분기 수출이 2천5백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백50% 늘었다. 4년 전부터 황영재 사장이 1년에 3개월을 외국에서 보내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다.

조성준 수출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각오로 노력했다" 며 "품질과 납기를 철저히 지키자 바이어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위성.지상파.케이블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를 만드는 휴맥스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4곳에 해외 현지법인을 세워 현지화 전략을 쓰고 방송사의 직접 구매가 아닌 일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늘렸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에 세계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올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75% 많은 2억1천만달러로 잡았다.

전기.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제조업체인 인터플렉스는 올들어 지난해 개발한 신제품 덕을 톡톡이 보고 있다.

기존 PCB와 연성(軟性)PCB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복합제품(RF-PCB)의 주문이 늘면서 1분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37% 많은 2백46만달러였다.

이 회사 수출 담당자는 "카메라.노트북컴퓨터.개인휴대통신(PCS)단말기 등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며 "지난해보다 45% 늘려잡은 올해 수출목표(1천1백25만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필름 코팅기계 제조업체인 ㈜성서도 1999년에 개발한 프린터형 신제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43% 늘어난 2천만달러로 잡았다.

무명 중소기업인 한일맨파워는 일본의 1백엔 숍을 겨냥해 수세미.고무장갑 등 1천원짜리 잡화류만 모아 수출해 올해 1억달러의 수출실적을 바라보고 있다. 철저한 품질.디자인 관리와 납기 준수를 바탕으로 값싼 중국.동남아산 제품의 파고를 넘었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3일 16개국의 올해 유망 수출품목 80개를 선정했다. 공사측은 "현지 상황에 맞는 수출마케팅이 중요하다" 며 "첨단제품이 아니더라도 우리 기술을 잘 활용하고 틈새시장을 개척하면 승산이 있다" 고 강조했다.

차진용.홍승일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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