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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타던 산양, 삼척 38국도 카메라에 7마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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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원도 삼척 38번 국도 인근 무인카메라에 찍힌 산양. 올 3월 이후 일곱 마리가 찍혔다. [사진 환경부]

백두대간에서 서식하던 멸종위기종 산양이 계속되는 개발에 밀려나 차량 통행이 많은 국도(國道) 근처까지 내려와 살고 있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올 3월 이후 최근까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 38번 국도 인근 2개 지점에 설치한 무인 센서 카메라에 산양 일곱 마리가 촬영됐다”고 18일 밝혔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이자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은 주로 깎아지른 절벽이 많은 산악지역에서 생활하며, 민가와 가까운 지역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확인된 산양들은 한 마리씩 따로따로 촬영됐으며 여섯 마리는 5년생 이상으로 다 자란 성체였다. 나머지 한 마리는 뿔 크기로 미뤄 2~3년생으로 추정된다.

 현재 산양은 화천·양구 등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지역, 그리고 설악산·삼척·울진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일대에 700~8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주지방환경청 최재윤 자연환경과장은 “산양이 발견된 곳 인근에 고랭지 채소밭과 시멘트 광산이 들어서고 환선굴·대금굴 등 관광단지가 운영되면서 서식 환경이 나빠지자 국도변까지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양 모니터링를 맡고 있는 야생동물연합 조범준 사무국장은 “산양이 자체적으로 번식을 하려면 50마리 이상이 집단을 이뤄야 한다”며 “국도 주변 산양들은 좁은 지역에 소수가 고립돼 있어 번식이 어렵고 밀렵에 희생될 위험도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환경청은 산양 서식지 확인을 위한 모니터링 지역을 확대하고 밀렵행위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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