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 휴대전화 보조금 없으니 하나도 안 싸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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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왜 굳이 보급형 스마트폰을 쓰려고 하나요. 더 좋은 스마트폰을 사도 내는 돈은 마찬가진데….”

 18일 서울 삼성동의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이달 삼성전자가 내놓기로 한 휴대전화 자급제 전용 단말기로 신규 가입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직원은 계산기를 꺼내 들며 이렇게 답했다.

 대리점 직원이 말한 계산법의 핵심은 보조금이었다.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3 같은 최신 스마트폰은 보조금이 거의 없지만 출시한 지 6개월 이상 지난 모델은 재고를 털기 위해 많은 보조금을 준다. 반면에 자급제 전용 단말은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같은 유통업체를 통해 팔리기 때문에 이통사·대리점 등에서 주는 보조금이 없다. 결국 자급제 단말기는 초기 구입 비용을 감안하면 갤럭시 노트 같은 최근형 단말기를 쓸 때와 실제로 들어가는 돈이 비슷해진다. <그래픽 참조>

 게다가 자급제형 단말기는 대부분 보급형이어서 기능이 떨어진다는 약점까지 있다. 삼성이 내놓을 예정인 갤럭시M스타일은 1년 전에 나온 갤럭시S2와 비슷한 성능이다. 롱텀에볼루션(LTE)은 안 되고 3세대(3G) 이통통신망만 쓸 수 있다. 대리점 직원은 “LG전자의 옵티머스 LTE2나 팬택의 베가레이서2 같은 최신 스마트폰도 비슷한 값으로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자급제 단말기를 사려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휴대전화 자급제가 도입된 지 두 달이 넘도록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대전화 자급제 전용 단말기를 들고 이통통신망재판매(MVNO) 사업자 서비스로 간다고 해도 크게 다를 게 없다. MVNO는 자체 통신망이 없이 기존 통신사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통신요금이 대형 통신사에 비해 15~20% 저렴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신규 가입을 하면 기기 값을 보조해 주지만, 자급제 전용 단말기를 들고 가면 보조금이 없다. 아예 저가의 중고폰을 산 뒤 MVNO 사업자를 찾아가지 않는 한 월 통신비를 낮추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형마트 등도 자급제 단말기를 판매하는 데 소극적이다. 익명을 원한 이마트 관계자는 “실무 단계에서 검토 중이지만 지난해 휴대전화 판매에서 큰 재미를 못 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MVNO 사업자 프리텔레콤과 손잡고 전국 130개 매장에서 ‘반값 휴대전화’를 팔았다. 월 기본 요금이 4500~1만2000원으로 낮은 데도 초기 물량 1000대를 파는 데 두 달 이상이 걸릴 정도로 판매가 부진했다. 이마트 측은 “당시 스마트폰이 없었던 게 패인”이라면서도 “최신 스마트폰은 이통사 보조금이 없으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도 “기기만 팔면 이통사 대리점에서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MVNO 사업자와 연계해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자급제 소비자가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휴대전화를 산 뒤 원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2년 약정을 걸고 가입하면서 단말기를 사야만 했던 기존의 폐쇄적인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단말기를 구입하고 이동통신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을 촉진시켜 기기 값과 서비스 이용료를 낮추자는 취지다. 올해 5월에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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