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높이에서 패배한 LG

중앙일보

입력

삼성과 LG의 챔피언결정 3차전은 농구가 '3점슛'이 아닌 '높이'로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삼성은 2일 창원 LG전에서 리바운드수 51-20의 압도적인 우세를 발판으로 LG를제압했다.

LG는 주특기 3점슛을 13개나 성공시키면서 완강히 저항했지만 골밑을 내주고도승리를 얻기는 어려웠다.

삼성은 3점슛을 겨우 4개 밖에 못 넣었지만 개인통산 최다득점과 리바운드를 동시에 기록한 무스타파 호프(41점.24리바운드)와 아티머스 맥클래리(34점.13리바운드)가 이날따라 더욱 약해보인 LG의 골밑을 유린하며 75득점에 37리바운드를 합작, 외곽슛을 앞세운 LG를 따돌렸다.

양팀은 2쿼터까지 한두점 차의 접전을 벌였지만 단신의 국내 선수들로 하여금맥클래리 등 삼성의 용병을 번갈아 막게 한 LG의 미봉책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 호프를 수비하던 프루가 신장과 체력의 열세에 부딪혀 수비 리바운드를 계속해서 뺏기면서 3쿼터 중반 이후 호프에 13점을 실점, 9점을 뒤진 채 4쿼터를 맞은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삼성은 4쿼터 들어서도 집요하게 골밑에 파고드는 호프에게 볼을 투입, 점수차를 벌려가기 시작했고 LG 선수들은 호프가 한번에 공격리바운드를 3-4개씩 따내는것을 멍하니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호프를 겹겹이 수비하자니 맥클래리가 다시 골밑을 파고 들어 득점을 올리고 강혁 등 국내 선수들까지 투지있게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삼성을 LG는 결국 감당못했다.

한번 불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터지는 LG의 공격이지만 어렵게 외곽슛으로 한골을 보태면 골밑 공격으로 쉽게 도망가는 삼성을 잡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높이'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동광 삼성 감독이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잃지 말라는 주문과 함께 리바운드만착실히 해준다면 승리한다고 했는데 잘 들어맞았다"고 말한 것은 이를 증명한다.

김태환 LG 감독도 "수비 리바운드를 자꾸 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책을고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태환 감독이 정규시즌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농구의 최대 무기는 높이'라는원칙을 깨뜨릴 수 있을지 아니면 김동광 감독이 원칙에 충실한 작전으로 쉽게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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