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원정팀의 무덤'서 2승째

중앙일보

입력

삼성이 '무덤' 속에서 귀중한 승리를 건져냈다.

삼성은 2일 창원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3차전에서 75득점·37리바운드를 합작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1백20-1백12로 이겨 2승1패로 다시 한 발 앞서 나갔다.

홈에서 1승1패에 그쳐 고개를 숙인 채 창원에 도착한 삼성을 기다리는 것은 LG 서포터스들이 붙여 놓은 플래카드 '원정팀의 무덤 창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였다. LG는 올시즌 창원에서 16승2패, 삼성에게도 2전승을 거둬 '안방불패'를 이뤘다.

LG 선수가 득점할 때마다,특히 조성원(37득점)의 3점슛이 터질때마다 관중석을 꽉 채운 5천6백여 관중은 대포소리같은 함성을 터뜨려 삼성 선수들의 기를 죽였다.

LG는 전반에만 23득점을 몰아친 조성원의 활약으로 2쿼터 4분쯤 50-40으로 앞서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삼성 김동광 감독은 선수들을 유격훈련 온 해병대 장병처럼 강하게 키웠다. 삼성 선수들은 노기석·김희선·강혁 등 수비수 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까지 눈을 번뜩이며 수비에 집중했다. 특히 2차전에서 LG 대릴 프루에게 농락당한 무스타파 호프가 선봉에 섰다.

호프는 전반 프루와 심한 몸싸움을 벌이며 워밍업을 하더니 프루가 지치기 시작한 3쿼터 이후 골밑 독무대를 이뤘다. 호프는 동료들의 슛이 불발할 때마다 LG 선수들이 우글거리는 골밑에서 기어이 볼을 잡아내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호프가 기록한 41득점·24리바운드는 모두 그가 한국에서 뛴 2시즌을 통틀어 최고 기록. 자유투를 던질 때마다 LG 팬들이 골대 뒤에서 맹렬히 풍선을 흔들었지만 15개중 13개를 넣었다.

삼성은 3쿼터 3분 호프의 골밑 돌파와 강혁의 3점슛을 묶어 69-65로 리드를 잡은 뒤 한번도 역전당하지 않고 줄곧 앞서 나갔다. 삼성 맥클래리는 34득점, 강혁은 12득점했다.

뜻밖에 역전패를 당한 LG 김태환 감독은 "전반 경기가 잘 돼 선수들이 자만감에 빠진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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