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호프 · LG 프루 ' 질긴 악연'

중앙일보

입력

삼성의 외국인 센터 무스타파 호프와 LG의 대릴 프루는 묘한 악연이있다.

매 시즌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삼성은 지난해 트라이 아웃에서 2m가 안되는 호프를 뽑으면서 "키는 작지만 튼튼해 다치지 않을 마당쇠같은 선수" 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프는 시즌 초반인 지난해 11월 5일 발목을 다쳤다.

삼성은 지난해 SBS에서 뛴 프루를 2주 대체 선수로 데려오면서 땜질 정도만 해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프루의 파워나 득점력이 부족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프루는 호프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여덟 경기에서 평균 12.5득점, 13.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노련한 수비.공격 지원 등 기록에 잡히지 않는 공헌도도 높았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프루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차라리 호프를 방출하고 끝까지 프루로 시즌을 꾸려가려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호프는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프루가 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굴러온 돌' 때문에 호프는 실업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34세인 프루의 체력이 의심스러워 다시 호프를 불러들였다. 삼성에서 주가를 높인 프루는 LG로 옮겨 '우승 카드' 로 쓰였다.

정규리그에서 두 선수는 두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첫 경기에서는 영리한 프루가 호프를 농락했다. 삼성은 후회 막급이었다. 팀 분위기를 눈치챈 호프는 마지막 LG전에서 인터셉트와 블록슛을 기록하며 프루를 밀어붙이고 승리, 팀의 정규리그 우승 주역이 됐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도 호프는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호프는 머리 좋은 프루를 힘으로 자극하며 25득점했고 야투 적중률은 80%였다. 프루의 슛은 절반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2차전에서는 프루가 반격했다. 프루는 우쭐한 호프를 파울로 이끌며 초반부터 밀어냈다. 호프는 17득점에 그치고 30분밖에 뛰지 못했다. 39분54초 동안 코트를 지킨 프루는 팀 승리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삼성과 LG의 경기는 많은 변수가 있지만 핵심은 두 선수의 센터 대결이다. 기둥이 튼튼하지 못하면 다른 장식은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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