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맞춤시장'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전자상거래의 모법인 전자거래기본법을 시행 2년 만에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전자상거래시대에 낙후된 제도가 뒷다리를 잡는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들의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이를 위한 보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항목은 ''영업비밀보호규정'' 신설이다. 영업상 취득한 기업들의 비밀을 사전동의 없이 누설하거나 악용할 경우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한 것. 그동안 정보누설 우려로 전자거래를 피하고 있던 기업들엔 일종의 보호막이 생긴 셈이다.

한국정보보호센터에 따르면 국내의 해킹 피해는 ▶1998년 1백56건▶99년 5백73건▶지난해 1천9백34건으로 매년 세배 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상거래포털인 바이어스타트의 서동형 팀장은 "원자재 구매 내역은 그대로 생산.재고정보로 이어지며 이는 기업의 1급비밀에 속한다" 고 말했다.

상거래기업들의 소비자에 대한 의무도 강화했다. 예컨대 현행 기본법은 거래과정에서 고객들의 정보가 보호돼야 한다는 등 포괄적인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거래 첫단계에 기업의 정보가 정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하고 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거래가 끝난 후 증명기록을 일정기간 보존하고 청약의 취소나 반품교환 절차도 의무적으로 마련해 공시토록 했다.

전자서명의 범위가 넓어진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즉 암호화를 통한 공개키 기반구조(PKI) 의 단일 전자서명만을 인정하던 현행 입장에서 지문이나 음성.홍채인식에 의한 서명도 법적 효력을 부여했다.

생체인증 보안솔루션 업체인 패스21의 임좌진 과장은 "지문을 이용할 경우 암호화를 이용한 전자서명보다 해킹 위험이 적어 기밀누설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며 "이번 법 개정으로 관련기술 개발은 물론 시장확대에 긍정적 결과가 기대된다" 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전자거래 정책시행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법령을 정비해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치하고 공공부문 전자조달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과 미국 정부는 이같은 법령 정비를 마치고 전자정부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상태. 한국벤처협회 장흥순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전자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본이며 급변하는 지식사회에 부응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도 시급하다" 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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