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 꿈꾸는 '웹디자인업계 최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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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디자인 스톰의 손정숙 사장은 벤처인이 되려면 불확실성을 두려워 말고 오히려 즐기라고 권유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두렵다면 벤처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춘분을 지나자 한결 봄 햇살이 따사로워졌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던 황사 현상마저 걷혔다. 근래 보기 드문 맑은 서울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지난 21일 만난 디자인스톰(http://www.designstorm.com)의 손정숙 사장(35)은 ‘겸허함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가수 조용필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손정숙 사장은 말을 잘한다. 마치 어렸을 때 웅변하는 모습처럼 제스처를 지어가며 맛있게 한다. 디자인은 하나의 오브젝트, 대상으로서의 도구가 아니라 역사성과 사회성을 가진 문화라는 개념 속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손사장은 멀티미디어 시대인 21세기는 르네상스의 부활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신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갖지 않고는 제대로 된 디자인을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식이 풍부해야 됩니다. 대중문화를 비롯 전반적인 주변 지식들을 갖고 비즈니스를 핸드링해야 하기 때문이죠. 역사성과 사회성을 무시한 사람이 있을 수 없듯이 그런 개념에서 저희가 계속 다양한 공급을 하고 있는 거예요.”

디자인스톰은 지난 97년 네이버, 유니플라자 등과 함께 삼성 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99년 독립법인으로 출발했다. 이제 2년차에 불과하지만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을 평정하는 선두업체로 부상했다. 지난 해 11월 일본 BBI Japan 의 커뮤니티 사이트 구축을 수주하면서 해외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지난 2월에는 유니텔, 한국소프트창업자문 등과 손잡고 ‘C-CUBE’라는 ‘e-컨설팅 군단’을 출범시켜 서비스에 나서기 시작했다. 단순 웹사이트 구축이 아닌 인터넷 컨설팅에서부터 인터넷 비즈니스의 기획 구축까지 제공하는 토털 웹 에이전시 업체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웹 디자인업계의 최고수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손사장의 출발은 캐드 개발 프로그래머였다. 91년 카이스트 응용수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삼성종합기술원의 MCAD SW(소프트웨어)개발 프로그래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5년 정도 캐드 개발에 전념했던 손사장은 95년 그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95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삼성 SDS로 전보된 손사장은 삼성에서 21세기 멀티미디어 시대를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설립한 삼성디자인연구원의 멀티미디어 과정 연수 1기생으로 선발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그의 나이 30일 때였다. 당시는 막 인터넷이 알려지기 시작하던 초창기였다. 그러던 차에 때마침 1년 6개월 과정의 연수에 들어간 손사장은 멀티미디어 기초 교육에서부터 사상과 디자인 철학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당시 1년 6개월 과정 중 1년은 국내에서 해외 워크숍을 하는 프로그램인 반면 나머지 6개월은 미국 디자인 아트센터(ACCD)에 직접 가서 연수를 받았다. 디렉터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론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토대로 전체 트렌드를 바라 볼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인터넷 시대엔 전략가만이 살아남는다”

손정숙 사장 약력

  • 1966년 4월 生
  • 1989년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졸업
  • 1991년 한국과학기술원 응용수학과 졸업
  • 1991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MCAD SW 개발)
  • 1993년 삼성 SDS 전배(MCAD SW 개발)
  • 1995년 삼성디자인연구원 파견(멀티미디어 과정 연수)
  • 1996년 미국 디자인아트센터대학(ACCD) 연수
  • 1997년 삼성 SDS 멀티미디어 디자인센터 팀장 대행
  • 1997년 삼성 SDS 사내벤처포트(디자인스톰) 소사장
  • 1999년 디자인스톰 대표이사(現)

  • 지난 해 12월에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연구를 위해 사내에 HC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손사장은 HCI 연구센터 개설을 통해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와 컴퓨터 시스템 디자인, 사용성 평가 등의 연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 발전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컴퓨터는 IT를 대변하는 것이죠. 휴먼은 IT라는 하나의 툴을 통해서 결국은 인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들을 디자인하고 설계해 주자는 것입니다.” “위인전을 읽어 보면 전성기가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개인도 전성기가 있고 기업도 전성기가 있어요. 그리고 전성기가 있으면 쇠퇴기도 있는데 전성기 역시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 준비하는 사람이 누릴 수 있죠.”

    이에 반해 쇠퇴기는 변화에 미처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사를 보면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고 그 체제로 가면 궁합이 맞아서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쇠락의 길로 빠지고 만다고 했다.

    “역사에서 지혜를 배우자고 하잖아요. 앞으로 올 시대가 어떤 시대냐에 대한 조류를 읽고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업을 하는데 있어 현재 사업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손사장의 생각이다. 앞으로 다가올 1년 또는 반 년 후에 다가올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사업을 준비해 나가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그런데 환경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엔지니어 마인드로 이 사업만 하겠다는 생각으로는 결코 사업을 오래 이끌어갈 수 없다고 했다. 즉, 변화의 사이클에 적응할 때만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가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하는데 첫째가 실제 경험이에요.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전략이 안 나오죠. 둘째는 이론적인 배경이고 셋째는 실질적으로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창의력입니다. 넷째는 정보수집력입니다.”

    손사장은 그러면서 선거전략을 예로 들었다. 선거 전략을 세울 때도 실제 선거를 해봤느냐는 경험과 상대방에 대한 이론적인 백그라운드 여부, 그리고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고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지 등의 정보와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이 네 가지 촉각을 세우지 않으면 전략가가 될 수 없다며 그런 사고를 지닌 사람만이 인터넷 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 인터넷 시대의 전략가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제갈공명 같은 전략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손사장은 사내벤처를 비롯해 지금까지 4년여 동안 디자인스톰을 이끌어 왔다. 아직까지 여성이어서 불편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고. 대외적인 활동이 적어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부딪히는 일들이 적어 불편한 점을 못느꼈다는 그는 여성·남성을 떠나 사장으로서 해야 하는 고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사장으로서 사장의 플레이를 하고, 사업부를 맡은 사람은 그 사업부의 롤 플레이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한국 비즈니스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잘 하고 미국 비즈니스는 미국사람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그는 마케팅 팀장은 마케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맡고, 사장은 사장 역할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롤 플레이 개념으로 가져 가야지만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91년 삼성종합기술원 입사로 삼성과 인연을 맺은 손사장은 99년 디자인스톰이 삼성 SDS에서 독립법인으로 분가할 때까지 9년여 동안 삼성에서 근무한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손사장은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면 참을성 있게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스타일을 찾아 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자기 주도로 일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배우기 때문에 일단 맡긴 일은 가능하면 제대로 된 성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 대신 권한 이행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미래는 언서튼티(Uncertainty),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손사장은 벤처인이 되려면 언서튼티를 즐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프팅을 할 때 보면 마치 배가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그 자체를 즐기면 배는 제대로 항해해 간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내일 해야 될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해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두렵다면 벤처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손사장의 주장이다.

    지금의 길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손사장은 “아직 디자인스톰이 가야 할 길이 있다”면서 “이제 시작인데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지 무엇을 했다라는 성과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불확실성을 즐기는 손사장다운 답변이었다.

    길인수 기자
    자료제공: i-weekly (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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