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막히자 재연임 이 무슨 무법천지인가 우릴 허깨비로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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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무법천지입니까.”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공모 파행을 두고 임원추천위원장을 맡았던 고상순(66·사진) 전주대 명예교수는 16일 “임추위원들을 허깨비로 만드는 작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 위원장은 다른 6명의 위원과 함께 새 이사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5월 말부터 3주간의 심사를 진행했다.

 고 위원장은 임추위 첫 모임에서 기사를 돌려봤다고 했다. 임추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신보 이사장으로 금융위원회 고위 간부가 내정됐다’고 보도한 신문기사였다. 그는 “당시 위원들과 ‘들러리는 서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들러리도 아니고 허깨비가 된 기분”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16일 다른 추천위원 3명과 서울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가졌다. 임추위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모임에서 위원들은 “임추위를 구성한 것은 재연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재연임을 선택한 것은 절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처음엔 일부 위원이 ‘금융위원장 고발’ 또는 ‘청와대 진정’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 위원장이 대표로 언론에 유감을 표명하는 걸로 결론 냈다고 했다. 그는 “당당하게 심사하지 않고 낙하산을 내려보내려 여론 눈치 보고 시간만 질질 끌다가 (안 되니까)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임추위원은 “평가 결과가 좋아 (안택수 이사장을) 재연임시킨다면 기관·기관장 평가 모두 A등급을 받은 예금보험공사는 왜 금융위 간부를 내려보냈느냐”며 “낙하산을 보내려다 실패하니 재연임을 시킨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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