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CB 하룻새 두배 수익

중앙일보

입력

하루만에 수익률 1백%.

실질금리 0% 시대에 꿈꾸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현대건설 처리방향이 급류를 타는 가운데 이 회사 전환사채 (CB)
가격이 극적으로 변동했기 때문이다.

올 연말 만기인 현대건설 1백78회 CB는 지난 28일 자본 전액 잠식에 따른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개장초 5천5백원에서 3천2백원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9일 채권단이 출자전환 방침을 확정하자 장중 한때 6천9백50원까지 폭등했다. 28일 저가에 사 29일 고가에 팔았다면 하룻 밤새 두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역시 연말이 만기인 1백87회 CB도 28일 5천원에서 3천원으로 40% 폭락한 뒤 다음날 곧장 6천8백원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현대건설 CB가 폭락 후 폭등한 것은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발표하며 법정관리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 법정관리 여부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CB의 특성을 반영한 현상이다.

◇ 법정관리 없으면 지금도 매력적 = 법정관리를 거치지 않는 출자전환의 경우 CB를 포함한 채권은 원리금 상환이 보장된다. 더구나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을 벗어나면 적어도 올해 만기인 채권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돼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받으리라는 게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이 경우 이들 CB를 현재가로 사더라도 9개월새 1백% 가까운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9일 종가가 6천8백원인 1백78회 CB의 경우 액면가 1만원에 만기상환율 (발행기간 중 실질 누적금리)
21.99%를 적용, 올 연말 1만2천2백99원을 회사로부터 받는다. 같은 날 6천5백원에 마감된 1백87회 역시 연말에 1만1천5백5원을 지급받는다. <표 참조>

◇ '만약' 의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 법정관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자는커녕 원금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된다. 법원의 채권 동결조치로 보통 5년 동안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약정 이자보다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하고 원금도 이후 3~4년간 분할 상환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동안 잠재부실이나 추가 손실이 나타나면 청산될 위험까지 각오해야 한다. 이 경우 무보증인 전환사채는 해외건설 보증 등의 선순위 채권에 밀려 되돌려받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반등했다고 하지만 현대건설 CB가 아직 만기가격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은 이처럼 법정관리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키움닷컴증권 주원이사는 "주식투자자가 감자와 주가 하락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CB 투자자들도 일정부분 손실을 분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라며 "시장에서는 법정관리 가능성이 아직 적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이라고 전했다.

◇ CB란 = 채권자의 청구에 의해 일정기간이 지난 뒤 채권을 일정비율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대개 0~2%의 낮은 표면금리로 발행되지만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어 최근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되므로 증권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액면가는 대개 1만원이며 호가단위는 1원, 매매시간도 오전 9시~오후 3시로 주식시장과 같다. 최소 거래단위는 액면 1만원짜리의 경우 10만원이며 가격 제한폭은 없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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