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논란의 3년 … 현병철, 연임 문턱 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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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13일 오후 서울 장안동 440-7번지. 현재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이 땅은 현병철(68)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983년 6월 3㎡(1평)짜리 땅에 세입자로 들어가 살았던 곳이다. 민주통합당 김관영 의원은 12일 “당시 이 땅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논두렁이었는데 현 위원장이 동부간선도로 공사를 앞두고 보상을 노려 ‘알박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변은 80년대만 해도 대부분이 농지였다고 한다. 주민 김모(77)씨는 “83년에 동부간선도로 공사가 진행됐고 토지 정리가 이뤄졌는데 세입자도 보상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투기꾼이 몰려 들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조모(63)씨는 “논밭이 대부분인 가운데 연립주택이 몇 개 있었지만 세입자도 주소를 부여받고 살았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청와대가 연임을 결정한 현 위원장에 대해 1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현 위원장은 사립대 교수로 30년, 연봉 1억원이 넘는 인권위원장으로 3년을 지냈는데 신고한 재산은 올 6월 현재 6억원에 불과해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 위원장은 87년과 88년 집을 두 채 구입한 사실이 있지만 현재 서울 명일동의 한 아파트에 3억3000만원의 전세로 살고 있다. 선진통일당 성완종 원내대표는 13일 “현 위원장이 2007년부터 2년간 한양대 법대 교수와 한양사이버대 학장을 겸직하면서 강의 한 차례 없이 총 1억2000여만원의 연봉을 챙긴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2009년 7월 취임 이후 끊이지 않았다. 한양대 법대 교수 출신인 그는 인권 관련 경력이 전무해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취임 이후에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취임 직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고 말했다. 2010년 7월 사법연수생들과의 간담회에선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가 되었어요. 깜둥이도 같이 살고”라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독단적 일 처리 로 자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용산 철거민 시위와 관련한 전원위원회 회의 때 의견 제출을 놓고 견해가 갈리자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며 회의를 서둘러 끝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현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런 걸 꼭 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자주 보였다”고 했다.

 현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알박기’ 의혹에 대해 “83년 연립주택에 전세로 들어갔고 환지가 되면서 주소를 바꿔 나왔다”고 해명했다. 재산 은닉 의혹에 대해서는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며 지금의 재산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구조상 ‘낙하산’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숙명여대 홍성수(법학) 교수는 “외국처럼 인권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이를 대상으로 공개 인선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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