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박세리, 신지애…탑골퍼들에게도 왕짜 복근이 필요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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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돈의 해피골프클리닉

한국골프필라테스협회
유재돈 회장

조금 오래된 일이지만 프로골퍼 되기를 준비하다가 운동쪽으로 전향한 여성골퍼가 비거리와 파워를 늘리기 위해 10킬로그램 이상을 찌우는 것을 목표로 매일 고기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국 손목의 문제로 골퍼의 꿈을 포기했지만 골프를 위해 몸매를 아랑곳하지 않은 선택이 지금으로써는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바야흐로 '미녀골퍼'의 시대이다. 골프실력과는 상관없이 매스컴의 탑을 장식하는 선수들은 외모로 어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 골프실력에 미모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다홍치마의 의미가 좀 다르게도 느껴질 때가 있다. 즉 미모를 갖춘 선수가 골프실력까지 갖추는 것이 현대판 금상첨화가 아닐까도 싶다.

요즘은 좀 뜸하지만 몇 해 전에 복근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메스컴에서 앞 다투어 연예인의 복근에 대해 집중했던 것인데 여성들도 '명품복근'을 보여야만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하물며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포츠스타라면 명품복근이 마케팅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왕짜” 로 불리는 이러한 복근이 골프실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요"이다.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첫번째는 집중해야할 근육이 틀렸기 때문이다.

흔히 얘기하는 왕짜를 만드는 근육은 복직근(rectus abdominis)라고 하는데 이는 복부를 구성하는 4가지 근육 중 가장 표면을 차지하고 있는 근육이다. 이 근육이 크게 작용한다면 복부가 강해지기는 하지만 주로 앞으로 숙이는 자세 즉 굴곡(flexion)에 작용하기 때문에 배를 굽게 할 가능성이 높다. 바디빌더들이 복부를 드러나게 하기 위해 하는 포즈를 취하는 것을 상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특별히 중심을 안정시키는 복부근육은 횡복근(transverse abdominis)인데 만일 복부훈련 시 횡복근을 트레이닝하지 않고 모양을 위해 복직근만 훈련한다면 중심의 안정성이 깨어질 확률도 있다. 탑골퍼에게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둘째는 균형(balance)이 깨어지기 때문이다.

척추를 비롯한 몸의 중심부를 코어(core)라고 부르는데 이 코어는 3차원적으로 생각하여 중심부의 복근과 배근 그리고 위, 아래의 근육의 균형 속에서 가장 안정된다. 그런데 모양을 위해 복근만을 훈련한다면 상대적인 불균형이 이루어지므로 반드시 배근과의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보통 골프를 위해 휘트니스 훈련을 하는 경우에 복부를 위주로 훈련하는 경향이 있는데 초보골퍼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탑골퍼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셋째는 순서(order)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복근이 작용하는 순서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제일먼저 작용해야 하는 것이 바로 횡복근이다. 즉 횡복근이 척추 및 코어를 안정시킨 다음에 다른 복근이 작용을 해야만 안전하다는 것이다. 요통이나 척추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횡복근의 작용이나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작용은 초단위 안에서 일어나지만 복부근육이 작용하는 바른 순서가 안전하면서도 안정된 골프스윙을 가져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탑골퍼들에게 명품복근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명품복근은 모양이 아니라, 복근의 순서와 균형, 그리고 활용능력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골퍼라면 단순히 휘트니스 운동을 하기 보다는 골프필라테스 등 전문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은 10킬로그램씩 찌우는 골퍼가 많지 않겠지만 경기력과 실력을 위해 외모를 포기할 줄 아는 골퍼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Tip. 횡복근을 호흡에 사용하여 코어의 안정을 가져오는 골프필라테스 동작

▲ 동작 : 바닥에 바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90도로 세운다. 손은 갈비뼈 위에 놓거나 몸의 옆쪽으로 바닥에 놓아도 좋다. 숨을 내쉬면서 배꼽을 아래쪽으로 누르듯이 복부를 내리는데 이 때 골반기저근을 긴장시킴으로써 횡복근의 활성을 도울 수 있다. 숨을 내쉬면서 복부가 안정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10회 반복.

유재돈 한국골프필라테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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