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수사하다 덜미 잡은 100억 세금포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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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찰이 입시비리를 수사하던 중 조세포탈과 뇌물수수 혐의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수입육 업자 김모씨가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김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회사 직원 3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익이 나는 법인을 일부러 폐업해 법인세 등을 안 낸 뒤 또 다른 법인을 세워 운영했다. 최근 3년간 3~4개의 법인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또 거래처와 짜고 원가보다 비싸게 수입육을 넘긴 뒤 차액을 되돌려받았다. 이런 방법으로 최소 10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경찰은 “세금포탈 액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는 당초 입시비리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자신의 아들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기악과 이모(45·구속기소) 교수에게 사례비 8000만원 등 모두 2억6000만원을 준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중앙일보>4월 23일자 22면>

 경찰은 이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자금의 흐름을 쫓다 김씨의 계좌에서 수억원 단위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이 돈이 조세포탈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김씨가 비자금의 일부를 이른바 ‘관(官)처리’ 로비자금으로 썼다는 정황도 확보했다. 특히 국세청을 대상으로 한 로비 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조세포탈 과정에서 현직 국세청 간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수입육 인허가를 다루는 농수산식품부에 대한 로비 수사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농수산식품부의 한 간부는 지난해 김씨 소유의 별장에서 직원들과 술을 마시며 고스톱판을 벌인 게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적발된 적이 있다. 이 간부는 당시 지방의 산하기관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았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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