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구단주 인터뷰] “박지성 QPR 영입 가장 환상적인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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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페르난데스

“2001년 12월 2대의 비행기에 빚은 1100만 달러를 안고 있는 항공사를 인수해 에어 아시아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망할 것이라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지금은 비행기 104대를 보유한 아시아 최대의 저가 항공사가 됐다. 지난 시즌 꼴찌를 면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도 ‘지’의 합류로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가 박지성(31)에게 보여준 QPR의 비전이다. 그는 이 청사진으로 기성용(23) 영입에도 성공했다. QPR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로 지난 시즌 승격했다. 17위로 간신히 강등권(18~20위)을 면했다. 위축될 법했지만,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 2012~2013시즌을 앞두고 로버트 그린(웨스트햄) 골키퍼와 공격수 앤드루 존스(풀럼) 등 수준급 선수를 데려왔다.

 영국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10일(한국시간) 끝난 박지성 QPR 입단 기자회견장. 이 자리에 페르난데스 구단주도 함께했다. 그는 5000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부자지만, 기자들을 만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한 시간 가까이 말레이시아 언론, 영국 언론, 한국 언론과 인터뷰가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밝게 답했다.

 2005년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이곳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박지성은 스스로도 “급하게 진행된 이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빠르게 마음을 바꿨다. 페르난데스 구단주의 적극적인 구애 덕분이다. 이날 박지성은 인터뷰 내내 “구단이 미래와 야망, 새로운 계획을 제시했다. 지금이 맨유를 떠날 적기라 생각했다”며 “6월 맨유에 입단한 일본 국가대표 가가와 신지와 함께 뛰는 것도 흥미롭지만, QPR에서 새로운 도전이 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비전 하나로 박지성을 설득했다. 그는 “현재 QPR은 작은 구단이다. 그러나 유소년 아카데미를 새로 만들었고 유스 시스템도 갖췄다. 새로운 훈련장을 건설하고 4만5000석 규모의 새 경기장도 런던 서부에 지을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꾸밈없이 솔직했다. “당장 우리가 맨시티처럼 리그에서 우승할 수는 없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장담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내가 구단을 인수한 지 11개월이 지났다. 단계를 밟으며 한 단계씩 올라가는 과정”이라며 “박지성 영입은 QPR을 인수한 뒤 가장 환상적인 일이다. 워낙 실력이 좋은 선수다. 마케팅은 보너스”라며 활짝 웃었다.

런던=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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