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前회장 빈소 표정]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앙병원의 피수영 대변인은 21일 오후 11시 기자 브리핑을 통해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이날 오후 10시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고 공식 확인. 鄭전명예회장은 지난달 말까지 평상시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하다가 지난 2일 급성 폐렴으로 서울 중앙병원에 입원, 치료해 왔으며 이날 오후 3시쯤 급성 호흡 부전증 증세를 보이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그는 전했다.

皮대변인은 "고인은 정몽구.몽헌 회장 등 모든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통없이 편안히 별세했다" 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쯤 "鄭전명예회장이 오전 중 한번 혼절했으며, 오후부터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는 '위독설' 이 퍼지면서 중앙병원에는 가족.친지들과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오후 7시쯤에는 각 방송사 중계차가 도착하고 1백여명의 취재진이 찾아와 현대측의 공식발표를 기다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고문)등은 이날 오후 9시50분쯤 굳은 표정으로 병원에 도착, 취재진을 피해 병원 동관 1층 VIP 전용엘리베이터로 황급히 18층 입원실로 올라갔다. 鄭전명예회장의 3남 정몽근 금강개발 회장.7남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상임고문과 동생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정상영 금강건설 명예회장 등은 이날 낮부터 미리 병원에 와 대기하고 있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진 10시 이후엔 상복을 입은 가족들과 회사 관계자 등 문상객들이 줄을 이었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몰려 있는 울산지역은 현대근로자와 시민들이 뉴스를 통해 鄭전명예회장 운명 소식을 전해듣고 침통한 분위기.

계열사 총무팀 간부들은 21일 밤 비상연락망을 통해 다시 출근해 분향소 설치작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신명선 경영지원본부장이 관리직 임직원들을 비상소집한 뒤 중공업 체육관과 현대예술관 1층 로비 등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鄭전명예회장이 세운 울산대와 울산과학대도 대학 본관과 강당에 빈소를 차리고 분향할 계획이다.

○…현대측은 당초 국민장이나 사회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정부와 정치권 등에 이같은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은 현대건설.현대전자의 자금난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는 것.

당초 그룹장이나 사회장에 대비해 풍납동 중앙병원에 빈소를 마련하려 했던 유족들은 가족회의를 거쳐 빈소를 청운동 자택으로 옮기고 장례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고 22일 새벽에 고인의 유해를 청운동으로 운구했다.

○…여야도 21일 밤 성명을 통해 鄭전명예회장의 별세를 애도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鄭전명예회장은 빈곤의 한 세기를 국민과 함께 넘어온 위대한 경제인" 이라고 말했으며,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고인이 근대화 과정과 경제발전에 끼친 공로는 결코 작지 않다" 고 논평. 자민련 변웅전 대변인도 "고인이 생전의 꿈이었던 통일을 보지 못하고 타계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AP.AFP통신 등 외신들은 21일 밤 鄭전명예회장의 사망 소식을 긴급 기사로 타전했다. AP통신은 그를 "현대그룹 창업자로 한국의 경제 기적을 이룩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신화적 인물이었다" 고 전했다.

정현목.강정현, 울산〓허상천 기자 jherai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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