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부터 매일 한 잔 … 스무디킹 미국 본사 ‘먹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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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디즈코리아 김성완(41) 대표는 김효조(71) 경인전자 회장의 장남이다. 제조업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가 ‘스무디킹’을 국내에 들여왔고 9년 만에 미국 본사를 인수했다. [사진 스무디즈코리아]

미국 음료 프랜차이즈 ‘스무디킹’으로부터 국내 영업권을 얻어 사업을 하던 ‘스무디즈코리아’가 미국 본사 ‘스무디킹’을 인수했다.

 스무디즈코리아는 9일 5000만 달러(약 570억원)에 미국 스무디킹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자금은 국민연금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참여한 사모펀드 SCPE(Standard Chartered Private Equity)로부터 580억원을 투자받는 형식으로 마련했다. SCPE는 580억원을 주고 스무디즈코리아 지분 40%를 사들였고, 스무디즈코리아는 그 돈으로 미국 스무디킹 본사를 ‘역(逆) 인수’한 것이다. 김성완(40) 스무디즈코리아 대표는 “창업자인 스티브 쿠너(61)로부터 ‘본사를 맡아 중국·동남아까지 사업을 넓혀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며 “중국 등지에서도 건강 음료인 스무디가 통할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자를 모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3년 미국 보스턴대에 유학하면서 스무디를 처음 대했다. 골초였던 그는 건강이 염려돼 과일에 비타민·무기질·단백질 가루를 첨가한 스무디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게 습관으로 굳어져 매일 마시게 됐다. 그러면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는 한국에서도 반드시 될 사업’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99년 귀국하며 ‘언젠가 미국에 다시 와서 한국 사업권을 따겠다’는 계획을 버리지 않았다.

 스무디킹 설립자인 쿠너를 찾아간 건 2002년. 국내 대기업 두 곳과 한국 내 판권을 놓고 경쟁했다. 김 대표는 자금력 대신 애정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스무 살부터 매일 한 잔씩 마셨고, 방금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오기 전에도 한 잔 마셨다”는 식으로 쿠너의 마음을 얻었다. 쿠너는 유제품·초콜릿·밀가루에 대한 자신의 알레르기 때문에 스무디를 만든 인물. 대기업식 운영 대신 김 대표의 각별한 관심을 선택했다. 한국은 그렇게 스무디킹이 매장을 낸 첫 해외 국가가 됐다.

 국내 출발은 쉽지 않았다. 첫해엔 1호점인 서울 명동점의 월세 3000만원보다도 적은 매출이 나왔다. 미국에만 있던 스무디가 한국 소비자에게 낯설었다. 편의점에서 500원짜리 과일향 슬러시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여서 한 잔에 4000원이라는 가격 역시 소비층을 넓히는 데 부담이 됐다.

 김 대표는 “그래도 스무디를 한국화하면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우선 미국에 없는 메뉴를 개발했다. 딸기·바나나를 기본 재료로 한 스무디 4종이었다. 김 대표는 첨가제보다 과일을 강조하며 국내 고객들의 마음을 얻었다. 또 처음 2년 동안은 적자를 보면서도 1억원어치 시음(試飮) 행사를 벌여 스무디를 알렸다.

 결과는 2005년부터 나타났다. 명동 1호점이 당시 전 세계 500개 매장을 통틀어 매출 1위에 올랐다. 2007년까지 1위를 지켰다. 이 자리엔 2008년 쇼핑몰 눈스퀘어가 들어섰다. 뒤이어 들어선 서울 영등포·강남역·센트럴시티의 매장이 세계 매출 톱5에 지난 2년 연속 들었다. 매출도 눈에 띄게 성장 중이다. 첫 흑자를 낸 2007년 100억원에서 매년 평균 50% 신장해 올해 64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미국 본사는 이 같은 성장을 눈여겨봤다. 스무디킹은 역사가 길지만 해외 진출엔 보수적인 편이다. 이집트·터키와 같은 더운 나라에만 진출해 있다. 결국 창업주 쿠너는 한국에서의 성장을 이끈 김 대표에게 스무디킹 사업 전체를 맡아달라고 했고, 마침내 스무디즈코리아가 미국 본사를 인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2017년까지 미국 1500개, 한국 150개 매장을 더 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싱가포르를 포함한 5개국에 새로 진출해 이쪽에서 총 300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스무디킹은 미국에 550개, 한국에 140개 매장을 갖고 있다.

본사 역(逆)인수 글로벌 브랜드를 들여와 운영하다가 성공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본사를 인수하는 것. 의류 기업 사례가 많다. 2007년 휠라코리아가 휠라의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라이선스를 사오거나 수입 대행을 하던 브랜드를 가져온 경우도 있다. 2005년 성주 인터내셔널이 독일의 핸드백 업체인 MCM, 같은 해 태진인터내셔널이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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