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투기보다 ‘하우스 푸어’에 관심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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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30면

최근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이 자주 회자된다. 생물학 박사인 미국인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쓴 체험기로 ‘워킹 푸어(working poor)’의 한계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한국에도 워킹 푸어가 넘친다. 요즘 계층 간 사다리 이동마저 없어져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중앙SUNDAY 7월 1일자 2면에 실린 ‘4860원’이란 숫자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액수다.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일곱 번째로 가입한 대한민국 밥벌이 자존심의 현주소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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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삶이 팍팍한데 민초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뉴스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의 소환 소식이었다. 1면 톱 ‘MB정부 실세 재산가까지 왜 검은돈 함정에 빠졌나’를 읽으며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에 나온 임시대총통 쑨원의 처신과 묘하게 대비됨을 느낄 수 있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한 이명박 정부의 현실인식은 실망스럽다. 멘토는 많아도 롤 모델이 없는 시대에 “형님,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장사나 하시라”는 쑨원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불황 탓인지 짝퉁이 판친다. 우스갯말로 중국의 낮은 자살률은 가짜 쥐약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스페셜 리포트에 실린 진품과 짝퉁을 구별해 보라는 퀴즈는 참신했지만, 짝퉁 구매 심리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이 없어 아쉬웠다. 짝퉁이 많이 나오는 물건으로 비아그라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5월 국산 비아그라가 출시되면서 부적합한 함량의 짝퉁 비아그라가 잘 안 팔린다고 한다. 국산 비아그라 약값이 오리지널 비아그라의 3분의 1 수준이라 성(性)중독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남용에 따른 섹스중독증을 성 칼럼에서 다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집은 샀지만 빚에 허덕이는 소위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늘어난 지 한참이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위기 타개책이 아닌 판교와 세종시 투기 열풍이 주를 이룬 부동산 기사는 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보다는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의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한다. 올해 중앙SUNDAY 경제면에서 부동산 관련 기사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크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뇌관이 한국 경제를 강타할 수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사회 대논쟁에서도 이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보내는 글은 정말 예리하게 맥을 잘 짚었다.

최근 중앙일보 토요판(Saturday) 1면을 보면서 느낀 점을 말하고 싶다. 국내에서 일요판 신문은 중앙SUNDAY가 유일하다. 따라서 중앙SUNDAY에 실릴 주요 기사 예고가 같이 나가긴 하지만, 타 신문들처럼 ‘내일 신문 쉽니다’가 아닌 ‘일요판은 중앙SUNDAY에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나가면 좋겠다. 중앙SUNDAY의 모델은 뉴욕타임스 일요판이 아닐까 싶다. 현재 뉴욕타임스는 평일보다 일요판이 50여만 부 더 팔린다고 한다. 신문을 통해 일요일의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이런 디테일에도 좀 더 신경썼으면 한다.



박영환 한미의원 원장. 한양대학교 의학과 졸업.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 연구강사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외래교수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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